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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관중의 국내 첫 개인전 '우관중: 흑과 백 사이'가 오는 10월 19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서울서예박물관에서 개최된다. 홍콩특별행정구 정부 여가문화서 취득세 면제 비스부가 기획하고, 예술의전당과 홍콩예술박물관이 공동 주최하는 이번 전시에서는 홍콩예술박물관이 소장한 회화 대표작 17점을 선보인다.
홍콩예술박물관은 우관중의 아들 우커위가 미술관 측에 1억홍콩달러(약 177억원)를 기부하면서 진행하게 된 우관중 해외 순회전의 첫 행선지로 아시아의 새로운 미술 거점으로 떠오른 서울을 택했다. 전시는 무료 현진회생절차 로 관람 가능하다.
우관중은 중국에서 가장 중요한 20세기 현대미술가 중 한 명이다. 중국 장쑤성 이싱에서 태어난 그는 중국 항저우의 국립중국미술학원(CAA)에 입학해 린펑몐(1900~1991), 판톈서우(1897~1971) 등 거장들에게 사사했다. 1947년에는 국비장학금을 받아 프랑스 파리로 유학을 떠났고, 그 영향으로 유화를 통해 중 통신요금 국 전통 수묵화와 현대 서양미술을 통합하면서 자신만의 독창적인 조형언어를 구축했다. 1950년 중국으로 돌아와서는 중앙미술학원, 칭화대, 베이징미술학원 등에서 후학을 양성하는 데도 열의를 쏟았다.



우관중 '수로'(1997). 홍콩예술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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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으로 전통을 중요시하는 중국에서는 산수화·화조화·문인화 등 옛 회화와 서예, 도자기 등 오랜 기간 고미술이 각광을 받아왔다. 중국의 현대미술조차 전통에 부합하는 작품이 주목을 받았을 정도다. 우관중은 이런 틀을 깨고 일찍이 중국에서 서양미술을 받아들여 이를 동양적으로 재해석한 추상회화를 발전시켜 나갔다. 우관중이 고국에 돌아 전세금담보대출 왔을 때 중국은 문화대혁명을 통해 자유로운 표현을 억압하던 시기였기에 그가 자신의 작업을 제대로 펼치기까지는 수십 년이 걸렸다.
전시는 1980년대 초부터 작고 직전까지 우관중의 예술 여정을 연대기 순으로 펼친다. 전시명인 '흑과 백 사이'는 이 시기 우관중의 회화에서 나타난 주조색의 변화를 집약해 표현한 것이다. 모든 그림에 검은색과 흰색, 회색이 등장하는데 백색 시기엔 여백이 강조된 백색이 주를 이루고, 백색 시기·흑색 시기와 오버랩되는 회색 시기엔 전체적으로 회색이 강조된 작품을 많이 남겼다. 말년에 이른 흑색 시기 회화들은 검은 배경에 흰 형상이 흑백의 대비를 이룬다. 30년의 시간 동안 우관중의 회화는 색채뿐만 아니라 표현도 더욱 추상화된 형태로 변모했다.



우관중이 생애 마지막에 완성한 유작 '둥지'(2010). 홍콩예술박물관


우관중은 평생 고향에 대한 향수로 중국의 장강(長江·창장·양쯔강) 남쪽 지역인 강남의 골목길, 수로 등 다양한 풍경을 그렸다. 전시장 초입에 나란히 걸린 '두 마리 제비'(1981년)와 '강남 회상'(1996년)은 같은 백색 시기 작품이지만 10여 년의 시간차만큼 그의 그림이 어떻게 추상화됐는지를 보여준다.
두 작품 모두 강남 지역의 전형적인 주택 풍경을 담고 있는데 표현 방식은 확연히 다르다. 예컨대 두 마리 제비가 주택에 내려앉은 장면을 그린 '두 마리 제비'에서는 흰 벽으로 이뤄진 건물의 윤곽과 문, 계단 등을 전부 묘사했지만 '강남 회상'은 마치 어렴풋이 회상한 과거인 듯 화면에 몇 개의 수평선과 검은 점만 남아 있다.
이들 작품의 전체적인 화면 조형 요소는 서양화에 가깝지만 종이에 먹으로 채색된 수묵화다. 라우 상잉 홍콩예술박물관 큐레이터는 "서양화에서는 흰색 물감을 사용해서 칠을 하는데 중국의 전통 수묵화에서는 흰색 면을 흰색 물감으로 칠하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여백으로) 남겨놓는다. 건물의 흰 벽을 칠하지 않고 둔 이 작품들은 서양화의 구도를 따르면서도 중국의 전통 수묵화 기법을 접목한 점이 돋보인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자작나무'(1998년)는 캔버스에 유화 물감으로 채색한 작품인데 화면의 형상들은 전통 중국 회화에서 비롯됐다. 우관중은 "전통 중국 회화에서 나무의 줄기는 철처럼 어두운 검은 먹으로 묘사된다. 그러나 흰 포플러와 자작나무의 줄기는 밝고 빛나며, 특히 자작나무는 은백색 외관에 가끔 먹물과 같은 검은 반점이 나타난다"면서 "마치 순수한 흰색 화선지에 짙은 먹물이 떨어진 것과 같아 놀랍도록 아름다운 효과를 낸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서울서예박물관에서 진행 중인 '우관중: 흑과 백 사이' 전경. 홍콩예술박물관·예술의전당


흑색 시기 우관중은 더욱 절제된 색채와 구조적인 화면 구성으로 흑과 백 사이의 미묘한 전환과 반전을 보여줬다. 유화인 '도약'(1996년)과 '굴곡'(1998년) 등은 캔버스 전체가 검게 칠해져 있는데, 그 안에 비밀스럽게 나타나는 형상들은 어려움 속에서도 평생을 포기하지 않고 강인한 의지로 묵묵히 걸어온 작가의 인생처럼 선명하게 빛난다. 검고 어둡지만 침울하지 않고, 오히려 밝은 분위기를 낸다.
한편 이번 전시에서는 '우관중 예술 후원'의 일환으로 홍콩 작가 장한겸 정이 제작한 인공지능(AI) 기반 몰입형 설치 작품 '감성의 연못-서울 에디션'(2025년)도 함께 선보인다.
또 우관중 회고전을 시작으로 홍콩예술박물관은 홍콩의 예술을 세계에 알리고 문화예술 교류를 확대하기 위한 예술 축제인 '홍콩위크 2025 @서울'을 오는 9월 26일 개막한다. 홍콩발레단과 홍콩 차이니즈 오케스트라, 홍콩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홍콩무용단 등 세계적인 홍콩 대표 예술단체가 대거 내한해 공연을 펼친다. 홍콩 만화 문화전, 패션쇼, 야외 콘서트, 영화 상영 등도 진행될 예정이다.
[송경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