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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리에 심사를 받는 거는 저희 인권위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원래 정기적으로 심사받는 기간이 있는 거 아닙니까?”
인권위 회의를 방청하다가 위원의 발언이 믿기지 않아서 깜짝 놀란 적이 있다. 지난달 26일 오후 열린 제11차 전원위원회였다. 이날 인권위원들은 ‘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GANHRI, 간리) 승인소위 특별심사 답변서 제출 건’을 논의 중이었다. 원민경 위원이 “인권위가 간리 특별심사를 받을 정도로 국민에게 실망을 안겨드렸으니 반성과 성찰을 하자는 내용이 보 연차계산기 고서에 담겨야 한다”고 하자 이한별 위원은 “간리 심사, 이거 정기심사 아니냐”고 말한 것이다. 이에 이숙진 상임위원은 “(5년마다 하는 정기심사는) 내년에 예정돼 있고, 이건 3자 의견서가 제출돼 특별심사를 받는 것”이라고 설명해줬다.
간단히 넘길 수 없는 발언이었다. 인권·시민단체 204곳이 국가인권기구 등급을 심사하는 간리에 인권위 우리카드 신용안심플러스 특별심사를 요청한 시기는 지난해 10월2일이다. 이후 간리가 인권위에 해명서를 요구하고 특별심사가 결정되면서 8개월이 흘렀다. 그동안 ‘간리 특별심사’는 인권위의 중요 이슈였다. 더구나 전원위에서 해당 답변서 제출 건을 논의 중이었다. 그런데도 인권위원이 특별심사의 성격을 모르고 회의에 참여한 일은 충격적이었다. 대통령의 지명이나 대법원장 또는 여야 추천을 인할인 통해 임명되는 인권위원은 책임감을 요구받는 무거운 자리다. 심의 안건에 대한 기본 이해가 돼 있지 않거나 최소한의 사실관계조차 파악하지 못한다면 ‘업무 해태’ 논란이 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일을 따로 보도하지는 않았다. 인신공격이 될까 조심스러웠기 때문이다. 인권위에서 이 위원의 존재감도 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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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별 위원(왼쪽)과 김용원 위원이 지난 2월24일 오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열린 이충상 상임위원 이임식 시작 전 이야기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그랬던 이 위원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싶었던 것일까. 지난 23일 롯데캐피탈대출상담사 열린 제13차 전원위에서 이렇게 발언했다.
“언론이 저희 인권위원들을 계엄옹호 세력으로 왜곡해서 혐오와 차별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왜 계엄옹호 세력으로 매장당해야 되는지 너무도 억울합니다.”
요약하면, ‘자신은 계엄을 옹호한 적 없는데 언론이 계엄옹호 세력이라고 비난하면서 혐오와 차별을 하고 있다. 이런 언론의 반인권적인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해야 하나. 인권위가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거였다. 발언 시작 전 이 위원은 방청석에 있던 한겨레 취재기자와 함께 사진기자의 이름을 콕 집어 부른 뒤, 잘 들으라는 듯 말을 이어갔다. 위원들 간 논의를 하는 전원위에서 특정 기자를 지목해 비판한 일은 극히 이례적이었다. 이 위원은 “내란 사태를 옹호하는 안건에 찬성한 (군인권보호위원회) 위원들이 계엄군 장병 인권침해 조사를 나간다”는 보도에 대해선 “굉장히 많은 시간을 그날 정말 할애해서 비 오는데 조사를 했다”고 항변했다. 전원위원회의실로 입장하는 본인의 사진을 찍어 게재한 것은 “초상권 침해”라고 했다.
방청석에서 이 발언을 들으며 안타까움이 들었다. 간리 특별심사가 시작된 지 8개월이나 지났음에도 특별심사인지 몰랐던 것처럼, 인권위원으로서 활동한 지 2년이나 지났음에도 인권·혐오·차별 등의 개념을 어디에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모르는 게 아닌가 싶었다. 그가 지난 2월 참여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의 방어권을 보장하자는 안건(계엄 선포로 야기된 국가적 위기 관련 인권침해 방지 대책 권고 및 의견 표명)에 찬성한 일이 왜 언론으로부터 비판을 받는지도 이해하지 못하는 듯했다. 인권위 허가절차를 거쳐 사진 촬영한 기자를 파파라치 취급한 발언도 마찬가지였다.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증진센터 소장인 이한별 위원은 북한이탈주민 중 최초의 인권위원이며, 42살로 최연소이기도 하다. 2023년 6월 윤석열 전 대통령 지명으로 임명됐고 3년 임기 중 1년이 남았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인권위지부는 지난 24일 “인적 쇄신없는 인권위 정상화 논의는 공염불에 불과할 뿐”이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하고 이한별 위원을 비롯한 5인의 인권위원을 ‘인적 쇄신 대상’으로 지목했다. 나머지는 안창호 위원장과 김용원·한석훈·강정혜 위원이다. 인권위지부는 “일말의 양심이 아직 남아있다면, 그리고 인권위가 국가적 신뢰와 국민의 신뢰를 다시 회복하기를 바란다면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했다. 이한별 위원은 이 말을 제대로 곱씹어 보고, 본인이 왜 비판이 대상이 됐는지 돌아보길 바란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