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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쪽으로 듣는쿠바 현대성의 구현
쿠바의 아바나 올드타운에는 ‘카사 파르티쿨라르’ 간판을 내걸고 정부가 허가한 민박업으로 손님을 맞는 가정집들이 많다. 그런 집 창문은 예외 없이 아름다운 스테인드글라스 장식인 ‘메디오푼토’(반원형 아치)로 머리를 올리고 있다. 이 반원형 아치는 쿠바 식민지 건축을 구별하는 요소 중 하나로 카리브해 섬나라에 내려꽂히는 강한 태양 광선을 아름답게 필터링한다. 이 스테인드글라스를 연상케 하는 구성으로 현대 쿠바를 형상화한 작가가 있다. 아멜리아 펠라에즈다. 그녀는 비유럽 출신으로 유럽 화단을 경험한 당시 예술가들이 고민했듯이 쿠바의 전통적 요소와 유럽의 현대 미술 기법을 결합해 독창적인 화풍을 창조해냈다. 



이혼무료상담 쿠바 아바나 거리. / 사진. ⓒ 서정


아멜리아 펠라에즈는 쿠바 크리올 중산층 가문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의사였고 삼촌은 시인이었으며 가족이 대체로 쿠바의 지식인 집단에 속해 있었다. 1924년에 산 알레한드로 국립 미술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레오폴도 로마냐흐의 지도로 인상주의풍 작 농협캐피탈 이신행 업 방식을 익혔다. 1924년 여름, 정부 장학금으로 뉴욕 미술 학생 연맹에서 공부했고 1927년에 쿠바 작가 리디아 카르베라의 지원으로 파리로 옮겨 라 그랑드 쇼미에르와 에콜 뒤 루브르에서 드로잉과 미술사 과정을 수강하며 아방가르드 미술을 접하게 되었으며 러시아 구성주의자이자 입체미래주의자인 알렉산드라 엑스터에게 디자인과 색채 이론을 배워 입체파와 표현주 은행담보대출 금리비교 의적 요소를 실험했다. 파리에서의 전시로 비평가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은 후 1934년 쿠바로 돌아와 1935년 아바나에서 전시회를 열었다.



쿠바 아바나 올드타운에서 볼 수 있는 '카사 파르티쿨라르'. / 사진. ⓒ 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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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사 파르티쿨라르에서 볼 수 있는 스테인드글라스 장식 '메디오푼토'(반원형 아치). / 사진. ⓒ 서정


쿠바 건축과 식물의 형태와 색채에 대한 다채로운 해석
돌아온 쿠바에서 남은 생애 내내 어머니 집에서 사실 할부거래 상 고립된 상태로 작업하면서 그녀가 취한 유럽 모더니즘 양식의 수용 방식은 아프로-쿠바와 현지 농민들의 삶을 밀착 취재하는 것에서 출발했다. 그러면서 바로크 장식이 얹힌 식민지 인테리어를 풍부하게 해석하고자 했다. 쿠바의 건축은 특별한 측면이 있다. 16세기 스페인 식민주의자들의 등장 이래 수백 년간 프랑스, 미국 등 다양한 외부 영향으로 고전주의, 바로크, 아르데코 등이 혼합되어 독특한 도시 풍경을 낳았다. 늘어선 열주, 화려한 장식용 타일, 창을 덮는 철제 장식, 비대칭의 파사드, 거대한 돔형 탑 등 복잡하기 이를 데 없는 내외부적 인상을 풍긴다. 이 모든 것이 선사하는 리듬감을 작가 알레호 카르펜티에르는 (물론 쿠바 바로크의 대표작이라 할 산 크리스토발 성당에 대해 한 말이지만) “돌로 만들어진 음악”이라 칭했을 정도다. 그녀의 어머니 집 역시 그런 곳이었다. 집 내부에는 대리석, 크리스털, 목재, 도자기 등 온갖 재료가 다양한 양식의 절충주의로 사용되었다. 강렬한 색채 영역을 윤곽으로 핥아 질주하는 굵고 자유분방한 검은 선은 그렇게 쿠바의 바로크 건축과 곧바로 연결되었다.
산업디자인과 연결
그 전에 펠라에즈의 아방가르드 연구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재봉사>(1936)에서 노랑과 검정을 기반으로 과감한 입체주의적 실험을 벌인 점에 주목하자. 풍성하게 너울거리는 천 조각과 쿠바 여인들이 즐겨 착용하는 머릿수건이 위아래로 화답하는 가운데 가장 강조되는 것은 천을 움켜쥔 재봉사의 손등과 이마에서 콧날로 이어지는 집중된 뼈마디다. 부드럽게 역동적이다. 현대 디자인의 공헌, 예컨대 피카소의 정물화나 레제의 현대 도시 생활을 묘사한 작품들은 그녀에게 큰 영감을 주었다. 특히 그녀의 멘토 역할을 했던 알렉산드라 엑스터는 자신의 글에서 산업디자인이 지닌 색상 조합의 뛰어남을 인정했고, 이탈리아 미래파와도 매우 가까웠는데 그 수장인 마리네티는 저 유명한 미래주의 선언문에서 기계와 시대의 새로운 속도를 칭송하지 않았던가. 그러므로 아멜리아가 이러한 아이디어를 작품에 녹여낸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아멜리아는 1934년 이후 거의 두 가지 유형의 회화와 드로잉에 전념했다. 정물화, 그리고 여성을 묘사한 작품이다.



아멜리아 펠라에즈, 재봉사, 1936. / ⓒ Museo Nacional de Bellas Artes de Cuba


정물 탐구에 시간의 초월성과 여성성 담아
아멜리아가 만들어낸 세상은 여성적이었다. 고립된 공간 안에서 시간의 초월성을 담았다. 식탁보와 과일 접시의 패턴, 그것들의 모양과 각각을 둘러싼 기하학적 관계가 실험대에 올려졌다. 그녀의 정물화는 쿠바의 뿌리를 보여주는 토종 과일과 식물의 사용으로 찬사를 얻었다. 아멜리아는 배우자와 이룬 가족, 집을 비롯한 자기 소유물이 있는 삶을 살지 않았다. 그녀의 육체가 식민지 시대의 고상하고 은둔적인 삶을 살았다면, 그녀의 예술은 환상과 갈망, 황홀과 슬픔으로 가득 찬 정신을 드러냈다. 가려진 에로티시즘까지도 슬쩍 엿보인다. 
뉴욕 현대 미술관(MoMA) 컬렉션에 들어간 <파인애플>(1939)은 어두운 색상과 그림자를 능숙하게 사용하여 볼륨을 만들고 건축적 공간을 만들어내는 작가의 솜씨를 잘 보여준다. 그런가 하면, <과일이 있는 정물>(1935)과 <파파야>(1940)는 같은 주제를 대조적인 색 구성으로 과감하게 다룬 예다. 전자는 ‘과일’이라는 주제를 흰색 식탁보로 둘러싸며 순수하고 엄격하게 다루었고, 후자에서는 빨간색과 주황색의 조합을 열대 지방의 화려한 향연처럼 펼쳤다.



아멜리아 펠라에즈, 파인애플, 1939. / ⓒ Pérez Art Museum Miami (PAMM)






아멜리아 펠라에즈, 과일이 있는 정물, 1935. / ⓒ Pérez Art Museum Miami (PAMM)





아멜리아 펠라에즈, 파파야, 1940. / ⓒ Pérez Art Museum Miami (PAMM)


쿠바 식민지 건축에서 영감을 받은 형태와 색채, 스테인드글라스 부채꼴 채광창, 철제 격자 발코니, 창문 가드, 그리고 코린트식 기둥이 정물화의 바로크적 배경으로 등장하게 된 것은 1940년대의 일이다. 이제 정물화는 더욱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마르파시피코>(1943)는 두껍고 얇은 검은 선으로 구성된 유기적인 기하학 구조 속에 풍부하고 서정적인 색채를 응축해 냈다.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에서 식탁과 과일이 조금씩 이어지고 여기에 자수 식탁보, 술 장식이 무한히 뒤섞인 연속적인 선으로 전체 그림을 침범한다. 직선과 곡선의 화려한 변주, 풍부한 장식을 통해 바로크 양식의 화려함이 흐른다. <물고기>(1943)는 마치 과일과 식물처럼 묘사되어 있다. 곡선과 둥글림이 강조되어 있으며, 자궁 속 태아 같기도 하다.



아멜리아 펠라에즈, 마르파시피코 히비스커스, 1943. / ⓒ ART MUSEUM OF THE AMERICAS





아멜리아 펠라에즈, 물고기, 1943. / ⓒ Smarthistory


여성, 혹은 여성들
작품의 중심에 정물을 두지 않을 때 아멜리아는 여성(또는 여성들)을 배치한다. <자화상>(1945)에서는 레이스 디자인을 그림으로 표현한 듯한 시각적 효과를 선보였다. 배경은 가구와 풍성한 열대 식물 등으로 구성했다. 실내의 그림자와 어두운 배경 디자인은 강렬하고 다채로운 팔레트를 뒷받침하며 작품에 균형감을 부여한다. 



아멜리아 펠라에즈, 자화상, 1945. / ⓒ The Misty Miss Christy


<발코니>(1942)는 두 여성의 옆모습과 고전적인 스타일의 얼굴, 그리고 반대 방향을 바라보는 모습을 담은 중요한 작품이다. 한 여성은 좀 더 외향적이고 다른 여성은 더 내성적인 것처럼 보인다. 여성들 옆에는 파인애플 정물화와 타원형의 씨앗이 드러나도록 잘린 또 다른 정체를 알 수 없는 과일이 있다. 그녀의 여성 묘사는 또 다른 자아에 대한 복잡한 심경을 나타낸다. 강인한 자아와 수동적인 자아의 조합은 그녀가 어머니와 맺었던 관계, 그리고 리디아 카브레라와 알렉산드라 엑스터와의 우정을 떠올리게 한다.
<자매들>(1943)은 발코니에서 건축적 요소에 둘러싸인 여성들을 강조한 화려한 구성의 작품이다. 그리스 기둥의 사용, 얼굴에 준 가면 같은 처리 덕분에 이들은 발코니에 있는 현대 여성이라기보다는 고대 여신처럼 보인다. 그중 한 명은 마치 그것이 피할 수 없는 운명이자 타고난 속성이라는 듯 도전적으로 꽃을 들고 있다. 



아멜리아 펠라에즈, 발코니, 1942. / ⓒ Art Nexus






아멜리아 펠라에즈, 자매들, 1943. / ⓒ Phillips


거장의 조건
이후 펠라에즈는 상파울루 비엔날레(1951)와 베니스 비엔날레(1952)에 쿠바 대표단으로 참여하면서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매사추세츠대(애머스트) 라틴아메리카 미술사학 교수였던 줄리오 블랑(Giulio V. Blanc)의 지적처럼, 그녀는 “아바나 아카데미의 보수주의를 용감하게 벗어난 모더니스트로 1920년대 파리의 예술가, 작가들과 함께 살았던 ‘해방된’ 여성”이기도 했으나 전통 가옥의 철창과 어머니의 헌신으로 세상으로부터 보호받았던 “19세기 쿠바의 한 소녀”이기도 했다. 이 모순적 성격은 예술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양립할 수 있게 되었다. 평온한 삶의 현실이 바로크적 환상으로 피어올랐다. 그렇게, 캔버스를 뚫고 나오는 욕망, 그리고 잃어버린 희망을 통해 우리는 현대 쿠바를 읽는 것이다.
서정 에세이스트•번역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