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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연재 언니 같은 선수가 되는 게 꿈이에요.”
눈을 반짝이며 예은(가명·11)이가 말했다. 리듬체조 국가대표를 꿈꾸는 예은이는 중증 청각장애를 지니고 있다. 양쪽 귀에 늘 청각보조 장치인 ‘인공와우’가 부착돼 있다. 인공와우 없이 예은이의 일상에서 소리는 삭제된다. 음악에 몸을 맞춰야 하는 리듬체조를 할 때도 예외는 아니다. 격한 움직임에 가끔 장치가 말썽을 부려 소리가 끊길 때도 있다. 그럴 때는 침착하게, 예은이는 이내 ‘울림과 진동’으로 소리를 상상해 몸을 움직인다. 친구들보다 좀 더, 악바리처럼 연습하고 노력한 결과다.
변액보험원금 언니에 이어 예은이도
“예은이만큼은 청력에 이상이 없길 바라고 또 바랐는데.” 예은이 엄마가 자녀들의 장애에 좌절했던 지난 시간을 떠올렸다. 네살 터울인 예은이 언니도 청각장애가 있다. 11년 전 예은이를 임신했을 때 예은이 언니의 청각장애를 발견했다. 사탕이란 단어를 ‘아탕’, 오빠를 ‘오따’, 언니를 ‘언나’라고 발음하 현대증권 매각 는 걸 이상하게 여기고, 엄마는 예은이를 임신한 몸으로 네살 난 첫째 손을 잡고 병원을 전전했다.
언어치료를 받기 시작하자 발음이 교정되는 듯했지만 며칠이 지나면 다시 돌아왔다. 청력이 문제였다. 청력검사 결과는 ‘무반응’이었다. 예은이 임신 9개월째 예은이 언니는 인공와우 이식 수술을 했다. 수술은 무사히 끝났지만 척추에 문제가 생겨 몸 국민은행 가산금리 을 가누지 못했다. 출산 직전까지 엄마는 첫째를 돌보며 좁은 병실을 지켰다.
그런 예기치 않은 슬픔 속에 예은이가 세상에 나왔다. 작고 예쁜 아기였다. 신생아 청력검사에서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도 엄마는 불안했다. 두살쯤 병원을 다시 찾아 청력검사를 받았다. ‘무반응’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놀란 가슴을 부여잡고 첫째가 다니던 대형 병원으로 급여압류 향했다. 재검사 결과는 다행히 정상이었다. 의사는 “언니가 받는 언어치료를 같이 받아보라”고 했다. 하지만 6개월여 뒤 예은이도 발음 등에서 언니와 비슷한 증상을 보였다. 다시 받은 검사에서 ‘청력이 거의 남아 있지 않다’는 결과가 나왔다. 안도와 불안을 오간 끝에 예은이는 언니와 같은 청각장애 진단을 받았다.
엄마는 무너졌다. 집과 병 월세보증금대출 원만 오가며 고립된 생활을 한동안 이어갔다고 한다. 엄마는 “충격이 커 그 누구와도 만나고 싶지 않았다”며 “첫째를 돌보느라 뱃속에 있던 예은이를 신경쓰지 못한 탓인가 싶어 자책하기도 했다”고 울먹였다. 예은이도 두살 난 몸으로 인공와우를 몸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했다. 인공와우는 외부장치와 내부장치로 구성되는데, 내부장치는 달팽이관 속에 이식한다. 귀 뒤부터 머리까지 5㎝ 이상을 여는 이식 수술을, 예은이는 1년 사이 두차례 받았다.
끝이 아니었다. 수술 과정에서 맞은 스테로이드 부작용으로 백내장이 예은이의 예쁜 두 눈을 덮기 시작했다. 시력 발달을 위해 최대한 버티려 했지만, 백내장이 번지는 속도가 빨랐다. 예은이가 네살 되던 해 백내장 치료를 위한 인공수정체 삽입 수술을 했다. 잘 참아줬던 예은이도 더는 버티기 힘들어했다. 수술을 위해 인공와우 외부장치를 뺀 상태로 마취에서 깬 예은이가 소리를 지르며 자지러졌다. 눈 수술 직후라 앞이 보이지 않는데다 소리까지 들리지 않자 매우 놀란 것이었다. “어릴 때부터 병원을 너무 많이 다녀서 그런지, 예은이는 아픈 걸 잘 참는 아이였어요. 그런데 눈 수술을 한 날은 정신을 놓을 것처럼 요동치더라고요. 아이를 안정시키려 한참 동안 꼭 끌어안고 있는데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그렇게 예은이는 네살까지, 두 귀에 이어 두 눈까지 네차례 수술을 버텼다.



리듬체조 연습을 준비하고 있는 예은이가 귀에 청각보조장치인 인공와우를 착용하고 있다. 엄마제공


예은이가 찾아낸 꿈
예은이는 엄마 권유로 처음 리듬체조를 접했다. 부끄러움도 많고 다소 예민한 성격이라 활동성을 길러줘야겠다는 생각에, 예은이의 친구가 다니던 리듬체조 교실에 보냈다. 수업 첫날 집으로 돌아온 예은이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너무 재밌다!” 새로운 동작을 배운 날엔 끝없이 연습해 이뤄내고야 말았다. 성취감으로 한 동작 한 동작을 완성해 보였다. 잇단 장애와 수술의 고통을 견뎌낸 예은이는 고단한 훈련도 묵묵히 버텼다. 곧 예은이 마음에 ‘리듬체조 국가대표’라는 꿈이 들어찼다.
예은이는 현재 대한체육회에 정식으로 등록된 리듬체조 선수다. 올해 1월부터 선수 훈련을 본격적으로 시작해, 지난 4월 열린 9회 국토정중앙배 전국초등학교 리듬체조대회에서 맨손·후프 단체전 금메달을 따냈다. 지난달엔 54회 전국소년체육대회에 세종시 대표로 출전했다. 예은이는 일주일에 5~7일, 하루에 평균 6시간을 체육관에서 보낸다.
엄마는 무대에 선 예은이를 보면 눈물이 날 만큼 감동스럽다. 비장애인 선수들에 견줘 한층 고단한 훈련 과정을 매일같이 지켜보기 때문이다. “리듬체조는 과도하게 구르고 뛰어야 하는 종목이다 보니 귀에 쓴 장비가 날아가기도 하고, 소리가 들렸다 끊겼다 하기도 하거든요. 후프나 곤봉을 던질 때는 난시 때문에 받는 데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요. 부족한 부분은 연습으로밖에 채울 수 없으니까 다른 선수들보다 몇배는 더 노력해야 하죠. 불편한 걸 다 이겨내고 무대에 선 모습을 보면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대견합니다.”
다만, 빠듯한 형편에 예은이의 꿈을 끝까지 응원해주지 못하리라는 생각에 미치면 엄마·아빠의 가슴은 턱턱 막힌다.



예은이가 지난 4월 열린 제9회 국토정중앙배 전국초등학교 리듬체조대회에서 맨손·후프 단체전 금메달을 딴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엄마 제공


새벽 3시 출근도 버텨보지만
예은이네 벌이는 식당을 운영하는 아빠 수입이 전부다. 엄마도 일을 구하려 했지만 각각 하교시간이 다른 네살 터울 아이들에게 맞춰 병원과 치료시설을 오가는 것만으로도 하루하루가 벅찼다. 두 아이 치료비 부담도 크다. 예은이 언니는 5살 때부터 14살까지, 예은이는 2살 때부터 10살까지 청능치료, 언어치료, 인지치료 등을 받아야 했다. 두 아이의 한달 치료비는 100만원이 넘었다. 지금은 치료를 멈췄지만, 6개월~1년 주기로 병원에 검진을 받으러 가야 한다. 한번 병원에 갈 때마다 60만~100만원의 검사·진료 비용, 인공와우 조율 비용 등이 나온다.
두 아이가 머리에 심은 인공와우 내부장치는 큰 사고가 없는 한 영구적이지만 외부장치는 4~5년에 한번 갈아줘야 하는 소모품이다. 외부장치는 가격대가 한쪽당 1200만원 수준이다. 이 기기는 땀과 습기, 물에 약해 고장이 잘 나는데, 한번 수리할 때마다 수십만원이 든다. 땀을 흘리며 소리에 계속 노출된 채 운동하는 예은이의 경우, 기기 고장이 잦고 배터리도 훨씬 빨리 닳는다. 다행히 예은이는 지난해 민간 구호단체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 지원 대상으로 선정돼 인공와우 외부장치를 바꿨지만, 곧 예은이 언니가 기기를 바꿔야 하는 시기다.
아빠가 더 일하기로 했다. 예은이 아빠는 새벽 3시에 출근해 저녁 7시에 퇴근한다. 도시락을 만들어 공장 등에 아침 식사를 배달하고 이후엔 일반 식당으로 운영한다. 쉬는 날은 한달 중 서너날이 전부다. 열심히 일했는데도 빚은 생겼다. 코로나19 유행 당시 식당 사정이 어려워져 진 빚이 아직 남아 있다.
예은이가 본격적으로 리듬체조 선수 훈련을 시작하며 들어가는 돈은 한달에 150만원이다. 최선을 다해 유지해온 생계에 부담이 늘어난 셈이지만 엄마·아빠는 예은이의 리듬체조만큼은 포기할 수 없다. 훈련하다 발가락이 새카맣게 멍들고, 무릎과 발목 통증 탓에 한의원을 집처럼 드나들면서도 리듬체조를 할 때면 예은이는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표정이 된다. 엄마는 예은이의 가벼운 몸짓을 보면 슬픔과 현실의 부담이 모두 날아가는 것 같다고 했다. “리듬체조를 하는 예은이를 보면 장애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훨훨 날아요. 이렇게나 행복해하는데 어떻게 그만두라고 할 수 있겠어요. 예은이가 좋아하는 운동만 끝까지 할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습니다.”

캠페인에 참여하시려면

예은이네 가족에게 도움을 주시려는 분은 계좌로 후원금을 보내주시면 됩니다(국민은행 054990-72-012365, 예금주: 재해구호협회). 또 다른 방식의 지원을 원하시면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1544-9595)로 문의해주십시오. 후원에 참여한 뒤 희망브리지로 연락 주시면 기부금 영수증을 받을 수 있습니다. 모금 목표액은 2천만원입니다. 후원금은 예은이와 언니의 인공와우 외부장치 교체 및 수리·관리비와 병원비, 리듬체조 교육비 지원 등으로 사용될 예정입니다.



보도 이후

한겨레와 초록우산이 함께한 ‘나눔꽃 캠페인’을 통해 오른쪽 귀가 없이 태어난(소이증) 생후 10개월 소원이의 사연이 소개된 뒤 942분께서 “소원이가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길 기원합니다”, “힘내자, 소원아!” 등 따뜻한 응원 메시지와 함께 1984만80원(6월9일 기준)의 정성을 모아주셨습니다.

초록우산은 “소원이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도록 귀중한 나눔을 결심하고 실천해주신 모든 후원자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전해왔습니다. 후원금은 소원이 수술비 및 치료비, 치료 부대 경비 등으로 사용될 예정입니다.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