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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 금준경, 박서연, 윤수현 기자]



▲ 이진숙 방통위원장. ⓒ연합뉴스



'합의제'인가, '독임제'인가. 이재명 정부 출범 후 미디어 기구 개편을 둘러싼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미디어 기구와 관련한 쟁점을 정리했습니다.

- 왜 미디어 기구를 개편해야 하나요? '이상하기' 때문입니 증명발급신청 다. 노무현 정부 논의를 바탕으로 이명박 정부 때인 2008년 방송통신 융합이라는 미디어 환경 변화에 맞춰 통합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출범했습니다. 방송위원회에 정보통신부의 주요 업무를 합친 기구로 방송통신 정책 수립과 규제를 총괄했습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 때인 2013년 미래창조과학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탄생하면서 방통위가 경남은행 찢깁니다. 전처럼 통신정책은 정보통신부가 방송은 방송위가 맡는 게 아니라 방송과 통신의 규제는 주로 방통위가, 진흥은 주로 미래부가 맡는 식으로 모호하게 분산시킵니다. '주로'라고 설명한 이유는 두 부처 다 규제와 진흥의 기능을 일정 부분 맡고 있기 때문입니다. 방송의 경우 지상파, 종편은 방통위가 맡는 반면 CJ ENM과 같은 유료방송채널과 IPTV 등 대우증권 매각 플랫폼은 과기정통부 소관이 됩니다.
- 부처가 모호하게 나뉘면 어떤 문제가 발생하나요?2018년 과기정통부는 케이블SO 충북방송에 재허가를 결정했으나 방통위는 이 방송의 공적 책무 이행이 부족하다며 거부하는 '부동의' 결정을 내렸습니다. 2016년 '단통법' 기자간담회 에서 미래부 담당자는 “보조금 상한 인상은 없다”고 한 반면 방통위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자소서 항목 담당자는 “올라갈 수도 있다”며 대립한 적도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 때 700MHz 황금주파수 할당을 두고 미래부는 '통신사 판매'를 방통위는 '지상파 할당'을 주장한 적도 있습니다. 중복된 업무를 수행하면서 충돌이 발생한 것이죠.
결과적으로 '진흥'과 '규제'를 다 놓쳤다는 비판도 뒤따랐습니다. 특히 방통위는 유료방송 규제 권한이 없는 네이버 금리계산기 반쪽짜리가 되면서 통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옵니다. 박근혜 정부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2017년 4월 “진흥과 규제가 연계돼 한 덩어리로 움직여야 한다”며 통합이 필요하다고 했고요. 문재인 정부 한상혁 방통위원장도 2021년 7월 “분리의 정당성도 없었고 구체적 타당성도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 미디어기구별 업무 현황. 디자인=이우림 기자



- 개편이 필요한 다른 이유도 있나요?매체환경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OTT 업계엔 시어머니가 3명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옵니다. 과기정통부, 방통위, 그리고 문체부까지 각각 OTT 전담조직을 만든 것이죠. 새로운 산업을 서로가 주도하려 하는 겁니다. 콘트롤타워가 명확하지 않다 보니 정책 공백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 현재 어떤 방안이 논의되고 있나요?합의제 기구인 방통위 확대파와 독임제 기구인 과기정통부 확대파로 나눌 수 있습니다. 독임제는 장관이 의사결정을 하는 일반적인 정부부처를 말하고, 합의제는 여러 위원이 논의를 통해 의사결정을 하는 방식입니다.
방통위 확대파의 주장은 법안으로 구체화됐습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이기도 한 최민희 의원의 법안은 두 기구의 방송 기능을 방통위에 몰아주는 내용입니다. 상임위원 5인의 방통위를 상임위원 3인·비상임위원 6인 체제로 개편하는 내용도 있습니다. 과방위 민주당 간사이자 국정기획위원인 김현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합의제 기구인 시청각미디어통신위원회를 신설하는 내용입니다. 이 기구는 방송·통신·OTT·디지털플랫폼에 대한 규제와 진흥 등을 수행합니다. 위원 수는 현재와 동일하지만 의사정족수를 '3인 이상'으로 규정해 2인 체제 문제를 개선했습니다. 김현 의원 법안은 규제는 물론 진흥까지 합의제 기구가 전담하게 한 것이죠.
- 이진숙 위원장을 찍어내기 위한 개편이라는 주장이 있는데요?발의된 법안들엔 새 기구가 출범하면 방통위원장 임기가 만료된다는 조항이 있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미디어 기구를 수술해야 한다는 요구는 이진숙 위원장 취임 전부터 지속됐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인수위원회를 거치지 않은 가운데 개편에 나서지 못했고 윤석열 정부는 의지가 없었습니다. 심지어 국민의힘도 2021년 미디어기구개편안을 발표한 적 있습니다. 부수적으로 이진숙 위원장의 임기를 종료시키는 효과가 있는 건 맞지만 그를 찍어내기 위해 정부조직을 바꾼다는 주장은 사실과 거리가 있습니다.
- 독임제 확대파는 어떤 의견인가요?대선 국면에서 언론 3학회는 독임제 부처 중심안을 제시했습니다. 현행 방통위, 과기정통부뿐 아니라 문화체육관광부의 방송 관련 업무까지 합친 독임제 부처를 만들되, 공영방송 등 규제기능은 합의제 기구로 두는 안입니다. 이 경우 방통위 권한 축소는 불가피한데요. 정작 3학회도 합의제 기구를 독립기구로 돌지, 독임제 부처의 산하 기구로 둘지 의견이 일치하지 않았습니다. 민주당 방송콘텐츠특별위원회는 △독임제와 합의제를 각각 진흥과 규제로 나누는 안 △합의제 기구를 독임제 기구 산하에 두는 안 △방통위 확대안 등을 국정기획위원회에 제안했습니다.



▲ 방송통신위원회 2인 주요 의결 현황. 그래픽=안혜나 기자, ⓒ연합뉴스



- 어떤 방안이 유력한가요?조승래 국정기획위 대변인은 지난 16일 브리핑에서 “개편 방향 의견이 갈리는 것 같다”며 이 문제를 미디어혁신범국민협의체에서 논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키'를 쥐고 있는 국정기획위원이자 과방위 간사인 김현 의원, 그리고 과방위원장인 최민희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 무게가 실리는 측면이 있습니다. 최민희 의원은 지난 25일 국회 토론회에서 “과방위원 대다수가 방통위를 합의제 기구로 유지한다는 안에 동의했다”고 밝혔습니다.

- 무엇이 나은가요?산업 진흥이 중요하다고 보는 쪽에선 의사결정이 빠른 독임제를 요구하고 있고, 미디어 공공성이 중요하다고 보는 쪽에선 합의제를 선호하는 것이죠. 독임제 안들도 '공존'을 전제하는 것 아니냐고 볼 수도 있지만 결국 독임제 구조 아래에서 합의제 기구의 성격이 유명무실해질 수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 때 방통위의 독주로 문제가 된 △TV수신료 분리징수 △YTN 민영화 △일방적 공영방송 이사 선임 △정부 비판 보도 방송사를 향한 압박 문제가 더욱 심화될 수 있는 것이죠.
- 합의제 기구를 확대하면 문제가 없나요?갑론을박이 있습니다. 진흥 기능까지 가져오면 산업발전에 저해된다고 보는 시각이 있습니다. 고삼석 전 방통위원은 “규제기관의 기능 및 권한 강화는 필연적으로 규제 강화로 이어진다”며 “방통위에 미디어와 콘텐츠 진흥기능까지 통합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특히 K콘텐츠가 부상한 만큼 미디어산업부처가 이를 전폭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보는 견해가 있습니다.
다른 의견도 있습니다. 방통위 국장을 지낸 양한열 오픈미디어연구소장은 지난 15일 언론개혁정책집단 세움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정치적으로 민감하지 않은 진흥 이슈들이 합의제라서 지연된 사례는 경험하지 못했다”며 “'규제와 진흥을 과연 구분을 할 수 있는가'하는 문제가 늘 상존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규제 기능이 주가 된 방통위가 토종 통합 OTT에 힘 썼고 그 결과 웨이브가 탄생하기도 했습니다. 지상파 광고규제완화 같은 정책도 방통위가 맡는 등 규제와 진흥을 분리해 놓고 보기 어려운 면은 분명 있습니다.
- 방통위는 출범 당시 왜 합의제 기구로 만들었을까요?참여정부 때도 지금과 같은 논쟁이 있었습니다. 2006년 노성대 방송위원장은 “방송위의 독립성은 우리 사회의 민주화 열망과 열정이 배출한 결과물이다. 방송통신 융합시대에 맞춘 정부기구 개편에서도 이 철학은 그대로 반영돼야 한다”고 했습니다. 헌법21조는 방송의 자유를 보장하도록 했습니다. 이를 반영한 결과 방통위를 합의제 기구로 설치해 방송의 자유와 공적 기능을 보장하고자 했습니다.
미디어 환경이 '방통융합'에서 OTT, AI로 전환되고 있지만 본질이 달라지진 않습니다. 충분히 논의와 논쟁은 필요합니다. 단, 합의제 기구가 유명무실해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전제가 중요합니다. 윤석열 정부 방통위가 일방통행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합의제 정신을 구현할 수 있도록 보완이 필요하지, 합의제 기구가 없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닐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