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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냐. 내게 황제 정신이 없다고 생각이 봐도“2021년 3월 하순 어느 날 동이 트기 전, 모두가 잠든 우리 집에서 형은 사라져 버렸다.”일본 문화인류학자 이노세 고헤이가 쓴 <야생의 실종>의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벚꽃이 활짝 핀 봄밤 저자의 형이 목적지조차 알리지 않고 뛰쳐나간 것이다.
형은 사회적 기준으로 지적장애가 있고 자폐증을 앓는 사람이다. 당시는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코로나바이러스가 재확산하던 시기였다. 마스크조차 쓰지 않은 장애인의 ‘실종’에서 떠올릴 법한 이야기 대신, 저자는 이 사건으로부터 장애와 비장애를 가르는 선과 같은 세상의 경계들에 대한 사유를 풀어놓는다.
저자는 어린 시절 형이 ‘장애인’으로 분류되는 순간을 경험한다. 태어날 때부터 눈앞에 있던 지극히 당연한 존재 인터넷뱅킹신청시 였던 형에게 장애라는 진단이 붙고, 특수학교로 보내야 하는 제약이 생기고, ‘돌봄이 필요한 존재’로 바뀌면서 둘 사이에 보이지 않는 ‘절단선’이 생긴 것이다.
저자는 이처럼 자기와 타자 사이에 그어지는 절단선을 넘어버리는 움직임을 ‘싯소’라고 명명한다. 일본어에서 실종(失踪)과 질주(疾走)는 발음이 같은데 이를 히라가나로 표기한 것이다. 네이버퍼센트계산기 책에선 저자와 형 사이의 일화에 세상 곳곳의 경계들을 병치시켜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대한 깊이있는 질문을 던진다.
아프리카 작가 J.M.쿳시의 <포>에 나오는 로빈슨 크루소와 흑인 노예 프라이데이의 이야기가 인상적이다. 영국 여성 수전은 혀가 빠져 말을 할 수 없게 된 프라이데이와 런던에서 살게 되면서 그가 겪은 폭력이 무엇인지 알아내려 애엄마 시 한다. 하지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없고, 프라이데이는 때때로 햇볕이 잘 드는 방에서 춤을 춘다. 뽑힌 혀처럼 불가해한 이 행위는 알고보니 남국 출신 프라이데이가 추워서 몸을 녹이던 것이었고, 수전은 그 사실은 모른 채 그가 당한 폭력의 흔적만 찾아내려 한 것이다.
저자는 형이 사라진 다음날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었다가 그가 아버지 있 집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놀란 저자가 경찰에 전화를 했다면 지적장애가 있는 사람의 실종 사건으로 처리됐을 것이지만, 형은 그저 아버지가 사는 집을 향해 질주했을 뿐이었다. 그것도 4㎞를 30분 만에.
저자는 형의 ‘싯소’를 더듬으며 단절된 세계들을 다시 잇는 가능성을 모색한다. “나에게 인류학은 누군가가 걸어간 발자국을 따라가는 일 부동산담보설정 이다. 그 사람의 세계를 간신히 이해하는 것이며, 그 사람의 세계와 나의 세계의 겹침과 어긋남을 이해하는 것이며, 그 사람과 나 이외의 존재도 포함한 세계를 보다 부피가 큰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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