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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협상단의 끈질긴 설명 결과, 미측은 우리 농업의 민감성을 이해하고 추가적인 시장 개방은 하지 않은 것으로 합의하였습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2025년 7월 30일 주미 한국대사관 브리핑中)
한국과 미국이 지난달 30일 무역 합의를 타결한 가운데, 민감한 쟁점 중 하나였던 쌀·소고기 등 농산물 시장 개방 여부를 놓고 양측의 입장이 달라 논란이 일고 있다. “추가 개방은 없다”며 이를 성과로 내세웠던 우리 협상단 설명과 달리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합의 소식을 전하며 “한국이 농산물 등을 포함한 미국산 제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밝혔고, 강원신용보증 31일엔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이 “미국산 쌀에 역사적인 (한국) 시장 접근권을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우리 정부는 농민이 주요 지지층인 “트럼프의 정치적 수사(修辭)”라는 입장을 거듭하고 있는데, 팩트시트 같은 형태의 문안(文案)이 나오지 않는 이상 이를 둘러싼 잡음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레빗은 31일 오후 진행된 브리핑에서 디딤돌 중도상환수수료 한미 간 무역 합의가 최종 합의인지 아니면 추가적인 협상이 필요한지를 묻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한국이 전날(30일) 백악관에 와서 합의를 이뤘다”며 “한국은 자동차를 포함해 15% 관세를 지불할 것이고, 자동차와 쌀 같은 미국산 제품에 역사적인 시장 접근권(historic market access)을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레빗이 ‘쌀(rice)’을 저축은행대출한도 콕 집어 언급한 것인데 이와 관련 협상단장이었던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쌀 시장 개방은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고 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도 “미국 측서 오해가 조금 있었던 것이 아닐까”라고 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정치적인 수사다’ 이렇게 판단을 하고 있다”고 했다.
레빗은 이날 한국이 2028년까지 은행 금리 담합 미국산 에너지 1000억 달러(약 138조9700억원)어치를 구매하고, 미국 산업 재부흥을 위해 ‘트럼프의 지시(direction)’ 아래 3500억 달러를 투자하는 것을 상술했다. 특히 한국의 3500억 달러 투자를 “이번 합의의 가장 중요한 작품(centerpiece of the deal)”이라고 표현하며 “90%의 이익이 미국 정부로 와서 우리의 부 산업은행 인재상 채를 상환하고 대통령이 선택한 일에 쓰일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뿐만 아니라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비롯한 미 보수 진영에서는 연방 정부의 천문학적인 부채에 대한 문제 의식이 상당한 편이다. 트럼프는 이를 위해 임기 초 여러 법적인 논란을 감수하고 정부효율부(DOGE)를 세워 예산 삭감에 드라이브를 걸었는데, 레빗 설명대로라면 한국이 투자한 프로젝트의 수익이 연방 정부 부채를 상환하는 데 쓰이는 것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 이 역시 “재투자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설명과는 상당히 배치되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화를 하고 있다. /신화 연합뉴스


이 외에도 한국은 트럼프가 세부 구성을 질의한 것으로 알려진 한미 조선 산업 협력 프로그램인 이른바 ‘매스가(MASGA) 프로젝트’의 디테일을 채워야 하고, 트럼프가 공언한 대로 ‘투자 목적의 대규모 자금’ 액수를 정해야 하는 추가 과제 등이 남아 있다. 협상단이 과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당시 광우병 시위 사진을 보여준 점을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농산물 개방 여부나 검역 절차 완화 등을 놓고 한미 간에 계속 엇박자가 날 경우 이번 협의의 ‘완결성’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빅터 차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논평에서 “트럼프는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더 많은 농산물 구매를 약속했다고 게시했다”며 “주요 이슈는 쌀과 소고기인데 한국 측은 두 가지 모두 양보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미국이 한국으로부터 월령 30개월 이상 소고기 수입 금지 조치 철회를 약속받았는지 여부도 불분명하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면서 이번 합의 결과를 설명하는 협상단의 톤도 다소 달라졌다. 30일 합의 타결 당시 워싱턴 DC의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진행된 브리핑에선 “불확실성에 시달려온 우리 기업들이 다른 나라 기업들보다 오히려 더 나은 조건으로 미국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게 됐다” “트럼프가 이재명 대통령을 굉장히 만나고 싶어하는 것 같다” “한국의 새 정부가 들어선 과정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세상일이 지성(至性)이면 감천(感天)”이라는 자화자찬식 발언이 줄을 이었다. 그런데 김정관 장관이 인천국제공항에 입국해 발언한 것을 보면 “관세 협상은 결과가 좋다는 의미보다는 최악의 상황을 막은 것” “이번에 협상 타결이 안 됐으면 있었을 후폭풍을 생각하면 불확실성을 막았다”고 돼 있다. 구 부총리는 “이것으로 모든 협의가 끝난 것은 아니고,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결국 구두로 이뤄진 이번 합의를 둘러싼 소음은 양측이 팩트시트 같은 형태의 공식 문서를 발표하거나 트럼프와 이재명 대통령 간 정상회담을 통해 톱다운식으로 문제를 푸는 것밖에는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이다. 트럼프가 지난 30일 “2주 내에 백악관에서 만날 것”이라 했지만, 한미 간 조율 여부에 따라 회담 성사 시점이 2주가 넘어갈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레빗은 회담 날짜가 정해졌냐는 질문에 “지금 바로 알고 있는 정보가 없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김정관 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뉴욕 총영사관에서 도시락을 먹은 사진, 스코틀랜드 트럼프 턴베리 리조트에서 문서를 들고 있는 사진 같은 ‘B컷 사진’을 여러 장 올리며 “촉박한 시간 속에서 워싱턴 DC, 뉴욕, 스코틀랜드를 넘나들며 1주일 만에 7차례 협상을 이어갔고 6번의 비행으로 약 2만5000km를 이동했다”며 “매 여정 때마다 대통령께서 당부하신 5200만 국민을 대표한다는 마음이었다”고 했다. 김 장관은 취임 사흘 만인 지난달 24일 워싱턴 DC에 입국해 한미 협상을 지켜봤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스코틀랜드 턴베리 리조트에서 문서를 들고 일어나 있는 모습. 수행 직원에게 부탁해 사진을 촬영한 것으로 보인다. /페이스북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맨 오른쪽)이 뉴욕 총영사관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모습. 수행 직원에게 부탁해 사진을 촬영한 것으로 보인다.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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