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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는 때문이다. 깎아놓은 들어가려던 변명을 어떻게. 행동으로필자(왼쪽 네 번째)는 지난 2016년 일본 간사이슈퍼마켓을 방문해서 45장이 연결된 우리나라 1000원짜리 지폐를 액자에 넣어서 선물했다. 왼쪽 두 번째가 오오니시 쥰조 고문.


우리 회사 유통부문에서 오랫동안 전반적인 컨설팅을 해주시던 일본의 오오니시 쥰조(大西俊三) 고문님이 돌아가셨다는 부고를 받았다. 일본에서 슈퍼마켓의 전설인 오사카(大阪)의 간사이(關西)슈퍼마켓에서 근무하셨던 유통 분야의 베테랑이시다.
간사이슈퍼마켓을 알게 된 것은 내가 유통업에 종사하게 되면서 우연히 접한 책을 통해서였다. 오사카 지역 한 시골의 작은 슈퍼마켓 과장 한 사람이 미국에 가서 슈퍼마켓을 공부할 때 고생을 많이 했단다. 그 뒤로 간사이슈퍼마켓의 제2금융권 금리 책임자가 되어서는 누구나 견학을 원하면 매장의 후면까지 모두를 보여주는 오픈 마인드가 된 사실도 알게 되었다.
우리도 그 지식을 배울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 불시에 찾아가 부탁을 했는데, 처음에는 별로 가르쳐 줄 것이 없다면서 거절했지만 막무가내로 들이미는 정성을 보았는지 마침 정년을 맞이하게 된 지점장 출신의 오오니시 고문님을 소개받게 ibk저축은행 채용 된 것이다. 여러 번 견학하면서 그분이 맡았던 지점도 다녀왔다. 무엇보다 고객들이 드나드는 매장 안보다 매장 후면의 가려진 부분이 공개되었는데 정말 깨끗하게 관리가 잘 되고 있었다. 왜 고객들이 간사이슈퍼마켓을 좋아하는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일단 도와주기로 결정되니 일사천리로 고문 계약이 이루어졌다. 고문님은 고문료는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지 괜찮아 사랑이야 후속 식을 전수하게 된다는 기쁨이 오히려 크셨던 것 같다. 처음부터 전반적인 유통 현장을 방문하시면서 하나하나 세밀하게 가르쳐 주셨다. 어떻게 보면 현장의 직원보다 통역하면서 내가 더 많이 배운 것 같다.
고문 역할이 끝나고 나서도 오랫동안 우리 회사의 안위는 물론, 회사의 발전을 기원하면서 응원해 주신 분이시다. 나아가서는 우리나라에 태풍을 사금융무직자 비롯한 천재지변은 물론, 각종 인적 사고 시에는 꼭 안부를 물어오셨다. 회사 직원들이 포함되지는 않았는지, 회사에 피해는 없었는지 등을 물으시며 걱정해 주셨다. 급기야는 우리 회사 회장님의 건강과 지속적인 지혜를 위해 기도해주시기도 했다. 수시로 경영 이야기를 비롯해 일본에서 배울 만한 지식들도 메일로 공유해주셨다. 오히려 내가 잘 수습하여 공부하지 않은 바로바로 게으름 때문에 죄송스러울 정도였다.
산을 엄청 좋아하셔서 해발 2000m를 훌쩍 넘는 일본의 높은 산은 거의 다 섭렵하셨다는 이야기도 들려주셨다. 나아가 출신 대학의 정기전 야구 경기가 있으면 열 일 제치고 오사카에서 도쿄(東京)까지 직접 참석하여 응원하는 열정도 보여주셨다. 급기야는 나에게도 함께 응원하러 가자고 권유하실 정도였다. 사실 나도 고문님이 졸업한 대학을 다닌 적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한동안 연락이 없으셔서 궁금했는데 1년여 전에 뇌졸중 진단을 받고 병원에 입원하기도 하셨단다. 다행히 회복되는가 싶었는데 최근 건강이 악화되면서 병원에 입원, 투병하시다가 폐렴으로 세상을 떠나신 것으로 전해졌다.
돌아가시기 전에 나와 우리 회사 이야기를 많이 하셨다면서 장남이 부고와 함께 감사 메일을 보내왔다. 부고라 하지만 정감 넘치는 지난 시간들에 대한 회상으로 가득 차 있는 내용이었다. 하긴 오오니시 고문님은 수시로 경영 관련 내용을 보내주셔서 답장 형식으로 늘 인사를 하곤 했다. 또한 매년 우리 가족 사진이 들어간 연하장을 보내 드렸으니 기억을 안 하실 수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그런 메일을 받아 볼 수가 없다. 언제 마지막 메일이 왔는지 확인해 보았더니 2023년 12월 29일이다. 그 이후로는 메일 작성 자체가 불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삼가 고문님의 영전에 심심한 애도를 표하면서 다시는 뵐 수 없는 아쉬움을 가슴에 묻는다. 조만간 고문님의 묘지에 꽃을 들고 가서 참배하며 고인께 감사 인사를 드려야 하겠다.
정희순(이랜드그룹 비서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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