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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낙산공원=이상빈 기자] 어스름이 짙게 깔린 19일 새벽 5시 20분. 집을 나와 택시를 타고 향한 곳은 서울 종로구 낙산공원이다. 지구촌 화제를 모으고 있는 넷플릭스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에서 주인공 루미와 진우가 은밀한 데이트를 즐겼던 바로 그곳이다. 푸른 빛이 감돌아 이국적인 영화 속 낙산공원을 현실에서 느껴 보고자 가장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는 시각에 왔다. 그렇게 '케데헌' 성지를 찾는 여정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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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오전 6시경 서울 종로구 낙산공원에서 꼭대기에서 바라본 성곽길.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 루미와 진우가 은밀한 데이트르 즐긴 장소다. /낙산공원=이상빈 기자



오전 6시가 다 돼서야 낙산공원 꼭대기에 보금자리주택생애최초주택구입자 도착했다. 영화 속 낙산공원 성곽에 반한 관광객은 주로 심야에 이곳을 방문한다. 다만, 밤에는 푸르스름한 분위기를 느낄 수 없다. 그래서 새벽에 오기로 했다.

성곽길을 따라 걸으며 루미와 진우가 저 언저리쯤에서 대화를 나눴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조심스레 언덕을 내려가니 일출 전 푸른 빛이 성곽을 감싼다. '케데헌'을 괜찮아 사랑이야 후속 보고 내가 기대했던 그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30분만 일찍 왔다면 더 비슷한 장면을 볼 수도 있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른 시각이라 관광객은 없다. 운동하러 나온 동네 주민만이 성곽길을 누빈다.



금방이라도 루미와 진우가 나와 대화를 할 듯한 느낌을 풍기는 낙산공원 성곽 신차할부 길. /낙산공원=이상빈 기자



'케데헌'은 세계 각국 넷플릭스 시청 1위를 기록하며 쾌속 질주를 이어 나가고 있다. OST인 '골든(Golden)'도 빌보드 '핫 100' 차트에서 1위 영광을 누렸다. 온 세상이 '케데헌' 열풍에 휩싸인 셈이다. 우리에게는 익숙하지만 멀게만 느껴 급여 졌던 서울 대표 명소가 '케데헌'의 무대로 펼쳐지면서 실제로 가 보면 어떤 모습일지 궁금증을 유발하게 한다.




19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서울약령시 내 서울한방진흥센터 건물 모습. '케데헌' HAN의원 외관을 닮았다. /동대문=이상빈 기자



직장인이, 그것도 평일에 '케데헌' 속 명소를 전부 돌아보기에는 시간적 여유가 없어 일부 간추렸다. 낙산공원을 방문한 19일 오후 동대문구 서울약령시 내 서울한방진흥센터를 찾았다. 루미가 아픈 목을 치료하기 위해 찾았다가 포도즙을 처방받은 'HAN의원(한의원)'의 모티브가 된 곳이다. HAN의원 외관이 센터 내 건물과 닮았다. 전체적인 실루엣은 센터 입구의 한방카페를 참고한 듯하다.




HAN의원 전체적인 실루엣은 서울한방진흥센터 입구의 한방카페를 참고한 듯하다. /동대문=이상빈 기자



이날 퇴근 이후에도 탐방은 이어졌다. 오후 8시 동대입구역 6번출구에서 01B 마을버스를 타고 남산서울타워로 향했다. 루미·조이·미라로 구성된 3인조 걸그룹 헌트릭스(HUNTRIX)의 공연이 펼쳐지는 무대가 바로 이곳이다. 영화 속 공연장은 실존하지 않지만 우뚝 솟은 타워는 실물과 판박이다.

정류장에 내려서 전망대까지 걸어 올라가자 서울의 야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주변이 외국인 관광객으로 물들었다. 타워 앞은 기념 사진을 찍는 이들로 북적였다.



19일 오후 방문한 남산서울타워의 모습. 파란빛이 인상적이다. /남산=이상빈 기자



'케데헌' 때문에 왔다가 야경에 반했다. 평생을 서울에 살면서 전망대에 온 게 이번이 처음이기에, 내가 느끼는 감정은 외국인 관광객의 그것과 다를 게 없다. '케데헌' 속 타워를 보려고 온 사람들도 야경을 보면 서울의 또 다른 매력에 빠질 수밖에 없다.




남산서울타워 전망대에서 바라본 서울 야경. 외국인 관광객들이 전망대에서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남산=이상빈 기자



이튿날인 20일 오후 3시 서울 중구 명동거리로 나섰다. 보이그룹 사자보이즈(Saja Boys)가 '소다팝(SODA POP)' 공연을 펼친 그 무대다. 알록달록한 색감의 매장과 대형 광고판이 어우러진 명동거리 모습은 영화와 실제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서울을 대표하는 명소 중 하나인 만큼 '케데헌'을 본 한국인들은 사자보이즈의 거리 공연 장소가 명동을 모티브로 한다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린다.



20일 오후 방문한 서울 중구 명동거리 모습. 알록달록한 광고판이 눈길을 끈다. 사자보이즈가 '소다팝' 거리 공연을 펼친 곳이다. /명동=이상빈 기자



헌트릭스가 달리는 열차 위에서 '테이크다운(Takedown)'을 부르며 날아올라 악귀들과 싸우는 장면은 '케데헌'의 백미다. 빠르게 진행되는 액션신이 배경음악과 함께 박진감 넘치게 다가온다. 이 장면이 유독 눈에 띄는 건 헌트릭스가 올라탄 열차가 다리 아래를 지나기 때문이다.

이 다리는 서울지하철 7호선 자양역(뚝섬유원지)과 청담역 사이를 잇는 청담대교다. 다리 위로는 차가 지나고, 안으로는 열차가 달린다. '케데헌'의 고증은 완벽하다.



20일 오후 뚝섬한강공원에서 바라본 청담대교 모습. 다리 위로 차가 지나고, 아래로 지하철 7호선 열차가 지난다. 헌트릭스가 악귀들과 싸우는 장면에서 등장한다./뚝섬한강공원=이상빈 기자



뚝섬한강공원에서 올려다본 청담대교는 금방이라도 헌트릭스가 튀어나와 검을 빼들고 싸울 것 같은 분위기를 풍긴다. '케데헌'이 다루지 않았다면 청담대교를 보며 헌트릭스를 떠올릴 일은 없다. 앞으로 뚝섬한강공원을 찾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헌트릭스의 여운을 느낀다.

직접 가 본 이곳들 말고도 북촌 한옥마을, 잠실주경기장 등이 '케데헌' 주요 서울 명소로 꼽힌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한 번 더 서울 투어를 하며 남은 곳을 돌아보고 싶다. 지난 이틀간 명소를 찾아다니는 여정에 나서면서 '케데헌' 제작진들의 발자취를 따르는 기분이 들었다. 한 가지 느낀 점이 있다면 여름보다는 가을이 '케데헌' 서울 투어에 더 알맞은 계절이라는 것이다. 한여름에 무작정 나섰다가 2kg이 빠졌다.
pkd@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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