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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김선분(1925~2015) 할머니의 탄생 100년이자 분단 없는 하늘로 가신 지 10년이 되는 해입니다. 할머니는 1945년 해방 뒤 고통스러운 조국분단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어린 여성의 몸으로 통일운동에 나섰습니다. 1948년에는 서울 중구 필동 여성동맹위원장으로 활동하였고 1952년에는 조국통일 활동과 관련해 공안당국에 체포되어 10년 형을 선고받아 만기출소하였습니다.
그러다가 1975년 8월에는 ‘오작교’ 사건으로 치안본부(경찰청의 전신)에 연행된 뒤 반공법으로 구속되어 제 어머니(고 주명순)는 3년6개월을, 김선분 할머니는 꼬박 2년을 옥에서 살아야만 했 국민주택기금 습니다. 오작교는 제 어머니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회민주 인사의 부인들과 함께 만든, 친목 도모를 위한 ‘반지 계모임’에 불과했습니다. 그런데도 공안기관은 오작교 간첩단 사건으로 날조·조작하여 11명을 불법적으로 연행했습니다. 결국에는 제 어머니를 주범으로 해서 김선분 할머니까지 세 분을 구속했고 나머지 분들은 불구속으로 풀려났습니다.
참 예금 이자 높은 은행 고로 2005년 대법원장으로 취임한 이용훈은 “사법부의 어두운 과거를 그냥 접어두고 지나갈 일이 아니다”라며 오작교 사건 등 224개 사건에 대해 사법부의 잘못된 판단이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했습니다. 3년 전 진실화해위원회는 조사를 통해 오작교 사건에서 불법적인 체포·감금과 허위 자백 등의 국가폭력으로 인한 부당한 구속이 확인되었다며 재심 결정을 권고하였습 해외주식담보대출 니다. 그러나 윤석열 정권 시절 서울중앙지법은 수사과정에서 위법적인 행위가 증명되기 어렵다며 기각 결정을 내렸습니다. 저는 이를 도저히 수용할 수 없어 대법원에 재항고하였습니다.
1990년대부터 김선분 할머니는 민가협 양심수후원회와 범민련의 통일운동, 통일운동단체인 통일광장 활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였습니다. 할머니는 기초생활수급비를 아끼고 빌라매매가격 아껴 통일운동과 사회민주화운동으로 구속된 양심수들을 위해 면회와 영치금으로 사용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10년 전인 2015년 8월4일 할머니가 세상을 떠난 뒤 집안을 정리하면서 할머니에게 도움을 받았던 많은 양심수가 보낸 편지를 발견하였고, 할머니의 소리 없는 향기가 그리울 때는 이 편지를 읽으며 눈시울을 적시곤 한답니다. 2001년 조계종 불교인 파산선고결정 권위원회는 할머니에게 헌신적인 통일운동과 양심수 후원의 공로로 불교인권상을 수여했습니다.
할머니는 50년 이상 인연을 이어온 저뿐 아니라 나이 어린 주변 사람들에게 함부로 말을 놓지 않았고, 나이가 많다고 먼저 나서거나 앉으려 하지 않고 주변을 살피는 성인이었습니다. 할머니가 남긴 은행 통장에서 여러 사회운동 단체들을 정기적으로 후원하기 위해 매월 자동 인출된 금액들을 확인하고는 통일을 향한 참된 숭고한 마음이 뭔지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고인(왼쪽)이 필자의 어머니 고 주명순(오른쪽) 선생과 함께 찍은 사진. 박윤경씨 제공


한방울 물이 모여 거대한 바다를 이루듯 작은 손길 하나하나가 모여 역사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할머니의 삶을 통해 깨닫게 됩니다. 꽃다운 소녀에서부터 아흔살에 이르기까지 변하지 않고 민족이 처한 현실을 한시도 잊지 않았던 그 통일의 마음은, 죽어 가죽을 남긴다는 호랑이나 이름을 남긴다는 사람보다 더 고귀하며 아름답다고 하겠습니다. 서울 광화문광장이나 청계광장 등에서 열리는 다양한 시국집회와 사회단체 행사장에서 당연히 계셔야 할 김선분 할머니가 보이지 않을 때, 생전의 할머니를 떠올리며 쏟아지는 눈물을 남몰래 닦기도 합니다. 이 지긋지긋한 분단, 언제까지 버틸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할머니가 남긴 자취들을 따라 걷다 보면 그토록 염원하셨던 통일세상을 우리 후대에게 반드시 물려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할머니 10주기를 맞아 분단을 망각하지 않는 마음을 담아 윤경이가 글 올립니다.
박윤경/성균관대 대학원 예술대학 박사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