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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 경찰청. ⓒ연합뉴스



대선이 끝났다. 지역언론 기자들이 각 지역 경찰청에 '이번 선거에서 우리 지역의 선거사범 통계'를 요청했다. 제주경찰청을 출입하는 제주 지역언론 기자들도 선거사범 통계자료를 경찰에 요청했다. 그런데 제주경찰청은 지난 5일 낮 12시에 엠바고가 설정돼 있으니 그 전에는 보도할 수 없다고 기자들에게 공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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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바고는 통상 출입처(제주경찰청)에서 출입기자(제주경찰청 출입기자)들에게 요청해 특정 시점까지 기사화하지 않기로 한 약속을 뜻한다. 그런데 이번엔 제주경찰청이 아닌 서울에 있는 경찰청 본청에서 엠바고를 요청했다는 이유로 제주경찰청도 이를 따라야 하는 상황이었다.
제주지역 한 기자는 미디어오늘에 “제주 학자금추가대출 지역에선 6일(현충일) 신문을 내지 않는데 선거사범 통계를 5일 12시 넘어서 보도해야 하면 결국 지면에는 싣지 못하게 된다”며 “경찰청 본청에서 경찰청 출입기자들에게 엠바고를 요청했다고 제주청뿐 아니라 다른 지역의 경찰청에서도 해당 지역 통계를 보도하지 못하는 것이면 결국 경찰청이 전국에 보도지침을 내려보낸 것”이라고 말했다.
이감사 주택담보대출금리비교사이트 뉴스제주 기자는 지난 4일 <경찰청 '엠바고'가 뭐라고, 지역언론 함구령> 기사에서 이 사안을 비판했다. 제주청이 본청의 눈치를 보는 일은 이번 선거사범 통계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해당 기사를 보면 지난해 5월10일 제주호국원에서 문형순 서장의 유골을 안장하는 행사가 있었다. 문형순 서장은 제주 4·3 당시 학살명령을 거부한 경찰 영웅으로 제주 지역에서 중 개인회생 채권자집회 요한 인물이다. 이 기자에 따르면 당시 제주지역 기자들은 5월10일 새벽 파묘 현장부터 현장을 기록했는데 갑자기 경찰청에서 '엠바고'라며 기사 출고 시점을 이날 오후까지 연기해야 한다고 통보했다.
당시 이 기자가 경찰청 측과 통화한 기록을 보면, 경찰청 측은 '경찰청장이 이 행사에 참석하기 때문에 본청 출입기자단과 협의 끝에 10일 오후 강남역맛집 서초나인로드피제리아 4시로 엠바고 시간을 잡았다'고 통보했다. 10일 새벽부터 현장 취재를 한 제주지역 기자들 입장에서는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제주지역 언론에서 반발했고, 사진 기사를 송고하면서 엠바고는 없던 일이 됐다.
이 기자는 “제주경찰청조차 (경찰청 본청에) 눈치를 보는 상황에 조그만 지역 취재진이 도내 통계를 먼저 파악해 기사를 써버리면 여러 사람이 난처한 상황에 부닥칠 수밖에 없는 복잡한 현실”이라며 “익명의 경찰도 본청의 강압에 고개를 흔들면서 지역 언론과 교감하고 싶어도, 입단속을 시킨다고 털어놓는다”고 전했다. 지역언론 기자들 입장에서는 해당 지역경찰청의 정보를 해당 지역 상황에 맞게 보도할 권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다.
경남지역에서 경찰청 출입 경험이 있는 한 기자는 미디어오늘에 “서울에서 관심을 가질 만한 전국적인 이슈가 있으면 우리 지역 사안임에도 (서울) 경찰청에서 경남경찰청보다 먼저 풀(pool)을 해서 지역언론 기자들은 뒤늦게 쓰는 경우가 자주 있다”며 “몇번 항의를 했지만 경남청에서는 '본청에서 하는데 우리가 어떡하냐, 미안하다'라며 넘어간다”고 말했다. 경찰 내부의 권력관계가 서울 본청과 나머지 경찰청을 출입하는 기자들 사이의 우열을 결정하는 꼴이다.
이 같은 상황에 각 지역경찰청 출입기자들은 하나의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 지역만 취재하는 매체에서는 이러한 엠바고를 통한 '보도지침'이 내려오면 강하게 반발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전국 단위 매체의 주재기자는 본인이 해당 기사를 쓰지 않더라도 서울에서 경찰청 출입기자가 해당 사안을 다루기 때문에 강하게 반발할 유인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지역지 기자들이 전국 단위 종합 일간지 주재기자로 이직하는 경우도 많아서 지역언론계 내부에서조차 스며든 '서울중심주의'에 강하게 반발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 지난해 7월2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에서 다크웹을 통해 마약류를 판매한 범죄집단 등 검거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 위 사진은 해당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연합뉴스



한 발 나아가 지역언론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은 채 서울에서 취재하는 기자들만 고려해 정치인들이 지역 일정을 결정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주요 정당, 특히 선거 때 유력 후보가 전국 각지를 방문할 때 지역언론 기자가 미리 자리를 맡아놓더라도 서울에서 국회 출입기자단이 와서 포토라인을 새로 설정한다거나 심지어 취재현장에 국회 출입기자들만 들어가고 지역 기자들은 참석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한 지역언론 기자는 “지역언론 기자를 차별하겠다는 생각보다는 그냥 지역언론 기자들을 고려하지 않은 결과”라고 말했다.

현 상황을 개선할 여지는 없어 보인다. 경찰청 측은 통계를 취합해 브리핑하는 시점이 동일하지 않으면 본청 발표와 각 지역경찰청 발표의 합이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만 강조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지난 11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전국의 선거사범 통계를 같은 시점, 같은 기준을 적용해 공보하는 것이지 지역언론을 차별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며 “지방경찰청 단위로도 문의가 있을 수도 있고 전국의 경찰서가 200개가 넘게 있는데 경찰서별로도 문의가 있을 수 있는데 각각의 기준으로 각각의 시점에 보도가 나가면 오히려 혼선이 있을 수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엠바고 시점 설정에 각 지역 상황, 지역언론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다'는 질의에 해당 관계자는 “동일한 기준으로 균질한 통계가 제공되기 위한 것일뿐 지역언론을 홀대하거나 통제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