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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시 명석면 계원리 한옥 기와지붕 아래 그의 작업실은 ‘차실’을 닮았다. 선반에는 매화, 호랑이, 도토리 등 저마다의 이야기를 품은 다관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찻물을 부어두고 마음을 털어놓고 싶은 따스한 공간이다. 이곳에서 그는 ‘어머니의 하늘’을 뜻하는 호 모을(母乙)처럼 진주 하늘 아래 자신만의 도예 세계를 펼쳐 나가고 있다.
다례 경험, 차도구 창작의 길로2010년 진주에 집·작업실 마련아이 키우며 작가 커리어 쌓아
10여 년간 매화 작업에 매진대표작 ‘매화만개’황금성2
시리즈작년 차도구 공모전 대상 수상
차 마시기 위한 그릇 아닌마시고 싶은 그릇 만들고파행복한 마음 찻그릇에 담기길









황선회코스피지수
도예가가 작업의 모티브가 된 대문 앞에서 매화가 만개한 꽃피우는집 도판 작업을 들어 보이고 있다./전강용 기자/





황선회 도예가가 작업의 모티브가 된 대문 앞에서 매화가 만개한 꽃피우는집 도판 작업을 들어 보이고 있다./전강용 세력분석
기자/



◇10여 년 매화 매진, 만개한 작업실
- 작업실 곳곳 매화 작품들이 눈에 띄는데.

△고향은 창원이다. 대학 진학으로 서울에 갔고 그곳에서 치열하게 작업했다. 결혼과 육아 생활을 하던 중 2010년 진주ELW추천
로 와 이곳에 집과 작업실을 마련했다. 이듬해 봄날 마을 어귀에서 만개한 매화 고목을 보고 크게 감동을 받았다. 그렇게 인연처럼 만난 매화를 찻그릇에 담아내기 시작했다. 10년 넘게 지극한 매화 사랑과 ‘매화만개’ 찻그릇 시리즈의 연구 결과로 지난해 ‘해남 전국 차 도구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았다. 꾸준히 작업한 노력의 결과로 꽃피운 수상이었기에 참 감동적아몰레드수혜주
인 순간이었다. 지금도 매화만개 찻그릇 시리즈는 끊임없이 발전하고 있다.








황선회 도예가의 공방 전경. 선반 위와 진열대에는 그가 작업한 찻그릇 작품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전강용 기자/





황선회 도예가의 공방 전경. 선반 위와 진열대에는 그가 작업한 찻그릇 작품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전강용 기자/



- 색깔을 지닌 매화 다관들도 있는데.
△진주는 유네스코 공예창의도시로, 지난해 유네스코 창의도시 간의 교류 차원에서 진주의 공예가로서 일본 가나자와 레지던시에 다녀왔다. 도시 간 교류의 의미를 담아 매화 찻잔에 구타니야키 안료 작업을 더해 만들었다.
- 서울에서 진주로 와 마련한 작업실인데 의미가 남다를 것 같다.

△작업실은 저에게 창작 공간을 넘어 가족과 함께 살아가는 삶의 무대이자 예술의 울타리다. 도시를 떠나 진주 명석면에서 만난 아름다운 한옥마을 작은 집에서 두 아이를 키우며 아이들과 함께 작업으로 한 걸음씩 성장해 나가고 있다. 사랑하는 가족의 울타리 안에서 안정적으로 작업해 나갈 수 있게 만든 한옥과 작업실은 진주에서 만난 감사한 인연이라고 생각한다.








황 도예가가 매화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전강용 기자/





황 도예가가 매화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전강용 기자/










작품 ‘매화만개다관’./전강용 기자/





작품 ‘매화만개다관’./전강용 기자/



◇일상 속 다정함을 품은 찻그릇의 미학
-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모티브가 있다면?
△제 찻그릇 작업의 중심에는 다관이 있다. 좋아하는 다관을 내 인생의 주제로 삼고, 작고 아름다운 자연물에 이미지를 담아 간다.
도시에서는 단정하고 심플한 이미지를 지닌 다관을 주로 만들었다면, 진주에 내려온 뒤에는 자연 이야기를 중심으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제가 호랑이띠라 이를 주제로 만든 작품도 있고, 어린 시절 저를 졸졸 따라다니던 아이들의 모습에서 착안해 도토리를 주제로 한 다관도 그 과정에서 태어났다.
- 유약이나 질감에서 선호하는 표현이 있다면.
△화려한 색이나 강렬한 질감보다 따뜻하고 담백한,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분청의 결을 좋아한다. 제 다관을 손에 쥔 이가 차를 마시며 잠시 숨 고르듯 마음이 가지런해지고 분청 그릇이 전해주는 다정함이 느껴졌으면 좋겠다.
- 전통과 현대적 감각 사이에서 어떤 균형을 찾고 있는지 궁금하다.
찻그릇 다관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넉넉하고 아름다운 우리 그릇의 선이다. 항상 옛 그릇의 선을 눈에 담고 익힌다. 그 위에서 다양한 분청기법으로 지금 내가 느끼는 자연과 일상의 이야기들을 담는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 우리 옛 그릇의 느낌을 담은 담백하고 아름다운 바탕 위에 찻그릇에 담기는 일상의 이야기들과 따뜻한 한국적 감성이 담기기를 바란다. 제 이야기를 담은 한국적인 찻그릇은 무엇일지 평생의 화두로 삼고 꾸준히 찾아 나아갈 것이다.
- 최근 관심 있는 실험적 시도나 주제가 있다면?

지금까지의 시간을 단단히 감아온 실타래를 풀어가듯 내 작업은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자연의 이야기를 담은 수많은 시도와 연구를 거쳐 지금 내 작업 속에는 흩어진 가능성의 씨앗들이 가득하다. 오랜 시간 쌓여온 ‘모을 황선회’의 찻그릇 디자인을 바탕으로, 앞으로는 작업의 주제를 찻그릇뿐 아니라 회화와 오브제 작업까지 확장해보고 싶다. 하지만 그 중심에는 언제나 단단하게 찻그릇이 있을 것이다.








지난해 ‘해남 전국 차 도구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매화 만개’ 찻그릇 시리즈./전강용 기자/





지난해 ‘해남 전국 차 도구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매화 만개’ 찻그릇 시리즈./전강용 기자/



◇도예가로서의 길
- 도예가로서 힘든 순간, 또 보람을 느꼈던 순간은.
△도예 작업은 체력적으로 무척 힘들다. 시간이 갈수록 건강을 지키며 작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 같다. 엄마 도예가로 두 아이를 키우면서 전업 작가로 커리어를 이어가는 일은 늘 치열하고 간절했다. 엄마 노릇에 최선을 다하면서도 나의 길을 잃지 않기 위해 시간을 쪼개 열정적으로 작업해온 매 순간이 어려움의 연속이었다. 그 안에서 두 아이와 가족의 지지, 차도구 작업을 통해 만난 인연들, 늘 응원해 주는 이들의 마음 덕분에 행복과 감사, 보람을 느낀다.
- 도예를 통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도예는 눈으로만 감상하는 예술이 아니다. 손으로 만지고, 입으로 차를 마시며 직접 느낄 수 있는 예술이다. 공예가의 오랜 기술과 정성이 담긴 그릇은 일상의 품격을 높이고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 아름다운 계절 곁에서 좋아하는 일을 하며 작업으로 느끼는 행복한 마음이 제가 만든 찻그릇에 담기기를 바란다. 차를 마시기 위해 그릇이 있는 것이지만 그릇의 아름다움이 차를 마시게 이끌 수 있는 그런 찻그릇을 작업하고 싶다. 정성 담아 만든 찻그릇이 누군가의 지친 일상을 토닥여주고 어루만져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 앞으로의 계획은?

△지난 10여년간 매화 작업 이야기들을 아카이빙 형식으로 정리하고 있는데, 올해까지 마무리하려고 한다. 오는 10월 중국 징더전(景德鎭) 아트페어에 참가할 계획이 있다. 그곳에서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많은 작가들과 교류하면서 ‘매화만개’를 선보이고 싶다. 내년에도 어떤 전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마음이 닿는대로 언제나 도전할 준비가 돼 있다. 글= 한유진 기자·사진= 전강용 기자
한유진 기자 jinny@kn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