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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민병기 특파원 mingming@munhwa.com
중국에 대한 견제를 강조한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이 호주 국방장관과 회담에서 호주의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3.5%로 늘리라고 요구한 것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에 이어 인도태평양의 동맹을 향해서도 큰 폭의 국방비 증액을 압박하는 수순으로 풀이된다. 호주의 GDP 대비 국방비는 올해 2.05% 수준이라는 점에서 미국의 국방비 인상 우체국 이율 요구에 맞추려면 상당한 재정적 부담을 안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6월 3일 대통령 선거를 통해 새로 선출되는 한국 정부에도 미국이 이른 시일 내 국방비의 대폭 증액을 요구할 것이라는 우려 섞인 관측이 제기된다.
1일(현지시간)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 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 참석 중인 헤그세스 장관은 리처드 말스 호주 부총리 겸 국방 투자신용평가사 장관과의 양자회담에서 호주가 가능한 한 빨리 국방비를 GDP 대비 3.5%까지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고 미국 국방부가 전했다. 3.5%라는 수치는 나토가 2032년까지 늘릴 예정인 실질적인 국방비 지출 수준과 일치한다. 앞서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각 회원국에 보낸 서한에서 ‘실질적 군사비 지출’에 GDP의 3.5%, 사이버 안보·인프라 구축 등 기타 월차 사유 국방 관련 간접 지출에 GDP의 1.5%를 할당할 것을 요구했다. 이는 GDP의 2% 안팎인 현재 국방비 지출 규모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요구한 GDP의 5% 지출 수준까지 충족시키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헤그세스 장관이 호주에 요구한 3.5% 역시 이 같은 수치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나토를 거칠게 압박해 나토의 국방비 증액을 이끌어내는 데 노동법연차휴가 성공하자 호주를 필두로 인도태평양 동맹국을 타깃으로 옮기는 모양새다. 호주의 외교안보 싱크탱크 SAA(Strategic Analysis Australia)에 따르면 호주의 2025∼2026년도 GDP 대비 국방 예산은 2.05%로 직전 해보다 0.02%포인트 증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전쟁 여파로 경기가 둔화되는 상황에 국방비를 1.5%포인트가량 늘리 급여소득자 는 것은 호주 정부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샹그릴라 대화 연설에서 “중국이 무력을 사용해 아시아 현재 상황을 강제로 바꾸려 한다”며 대중국 견제를 최우선 과제로 강조한 헤그세스 장관은 다른 인도태평양 지역 동맹국을 향한 압박 수위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연설에서 헤그세스 장관은 한국을 포함한 일부 인도태평양 국가들이 미국과 동맹 또는 파트너 관계를 맺어 안보를 도모하면서 중국과는 경제 협력을 심화하는 이른바 ‘안미경중’(安美經中)을 추구하는 데 대해 경고성 메시지도 던졌다. 그는 안미경중 상황을 중국이 ‘지렛대’로 활용한다며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은 그들(중국)의 해로운 영향력을 심화시킬 뿐이며, 긴장된 시기에 우리의 국방 관련 결정의 공간을 복잡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이날 보도된 아사히(朝日)신문 서면 인터뷰에서도 유럽 동맹국들의 사례를 들며 “아시아 동맹국과 우호국은 북한뿐만 아니라 공산주의 중국의 만만치 않은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국방비에서 유럽 국가들을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본을 향해 “억지력은 저렴한 비용으로는 손에 들어오지 않는다”며 “(중국이 가하는) 위협의 위험성을 반영한 국방비 확보가 필요하다”고 국방비 인상 필요성을 강조했다.
민병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