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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동화씨 할 어깨가 그의 자그마한 말투로[16]'무등산의 성자'로 불린 오방로의 주인공, 오방 최흥종 [도로명 속 남도역사인물]
 




오방 최흥종


광주광역시 남구에 '오방로'가 있다. '오방로'의 주인공 오방 최흥종은 광주 출신 최초의 목사로 나병원을 설립하여 나환자와 함께 한 한센병 환자의 아버지로 불린다. 뿐만 아니다. 그는 광주 3·1운동, 신간회, 계유구락부, 건국준비위원회 등에서 광주·전남을 대표해서 활동한 독립운동가이며 사회운동가였고 광주의 큰 어른이었다.
최흥종을 기리는 도로 '오방로'는 남구 봉선동 8-1번지인 온누리 교회에서 시작, 방 새마을금고 이율 림터널 입구와 방림사거리를 지나 대남대로와 만나는 지점까지 1,165미터의 길이다. 오방로 왼편에는 많은 아파트와 주택들이 들어서 있고, 오른쪽에는 동아여중·동아여고·숭의중·숭의과학기술고등학교 등 4개의 학교가 연이어 있다.
2008년, 봉선동 일대에 오방로가 생겨나게 된 것은 최흥종이 기증한 토지 1,000평에, 윌슨 선교사가 건립한 한 보험대출이자율 국 최초의 나병원과 나병원 여자진료소가 무등아파트 일대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과 관련이 있다.

#한센병 환자의 아버지로 불리다




광주 남구 봉선동에 건립된 광주 나병원.


부산솔로몬저축은행국립소록도 나환자 병원에 평생을 바친 한국의 슈바이처로 불렸던 고 신정식 박사의 책상에는 포사이드(Wiley H. Forsythe) 선교사, 최흥종 목사 그리고 예수의 사진이 있었다. 1966년 광주 시민장으로 치러진 최흥종 목사 장례식에는 광주 인근 걸인들과 무등산에서 온 결핵환자, 여수와 나주에서 올라 온 한센병 환자들이 몰려와 "아버지, 아 LH주택공사홈페이지 버지"라 부르며 오열한다. 신정식 박사의 책상 사진과 장례식 모습은 오방 최흥종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오방 최흥종(1880~1966)의 본명은 최영종으로, 1880년 광주 불로동에서 태어난다. 젊은 시절 그는 망치란 이름으로 장터와 뒷골목을 주름답던 주먹이었다. 그런 그가 예수를 가슴에 품고 한센병·결핵 환자들과 걸인 학자금대출 중도상환 의 아버지가 된 사연은 이렇다
그는 1904년 미국 남장로교 선교사로 광주 양림동에서 선교활동을 펼치던 유진 벨(Eugene Bell, 배유지)과 오웬(Clement C. Owen, 오기원) 선교사의 감화를 받아 기독교에 입교한다. 그의 나이 24세였다.
1909년 목포에서 활동하던 포사이드 선교사가 급성 폐렴으로 죽어 가는 오웬 선교사를 치료하기 위해 광주를 찾아오자, 최흥종은 유진 벨의 부탁으로 효천까지 마중을 나간다. 효천에서 포사이드를 만나 광주로 돌아오는 도중 피와 고름으로 얼룩진 누더기 옷을 입고 추위에 떨고 있는 한센병 환자(문둥병자, 나병환자)를 만난다. 포사이드 선교사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환자를 자기 대신 말에 태우고 자신의 털외투마저 벗어 입힌 채 광주까지 온다. 이 사건은 젊은 최흥종에게 큰 충격이었고, 그 일생의 나침판이 된다,

# 나환자 행진을 주도하다




오방 최흥종이 몸담았던 '북문안교회'


생업을 위해 일시 전남 경무청에 순검으로 취직했다 그만둔 뒤, 1905년 창설된 제중원(지금의 광주기독병원)에서 나환자 돕는 일에 매진한다. 포사이드는 오웬 선교사의 장례식을 보고 다시 목포로 돌아가고 한센병 여인도 얼마 살지 못하고 죽는다. 그러나 "양림동 선교사가 문둥병자를 데려다 치료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양림동은 밀려드는 환자를 감당할 수 없었다. 이에 최흥종은 봉선동에 있는 자신의 땅 1,000평을 기증하여 나환자 진료소를 설립한다.
1912년, 봉선동에 한국 최초의 한센병 전문병원인 광주 나병원이 개원하게 된 것이다. 포사이드와의 숙명적 만남을 통해 가슴이 뜨거운 교인이 된 최흥종은 1912년 광주 북문안교회(현 광주제일교회) 초대 장로가 되고, 1917년에는 평양신학교에 입학하면서 북문밖교회(현 광주중앙교회) 전도사로 부임하여 목회자가 되지만, 광주 나병원 일에 더욱 열심이었다.
광주 나병원을 방문했던 기독신보 기자는, "병원을 주관하는 의사는 윌슨(Robert M. Wilson)씨요, 조선 형제로 이 병원에 다니며 치료를 시키는 이는 최장로 흥종씨다"라고 쓸 정도였다. 광주 나병원은 이후 환자가 늘어나면서 "봉선리 채소밭에서 난 채소에 문둥이 균이 붙어 있다"는 소문이 돌게 되고, 거센 항의를 받는다. 이로 인해 1926년 여수 애양원으로 병원이 옮겨지게 된다.
1932년, 오방 최흥종은 김병로, 송진우, 조만식 등과 함께 조선나환자근절협회를 창설한 후 거리에서 유리걸식하다 죽어가는 나환자들의 치료와 생계 문제를 위한 대책을 조선총독부에 요청한다. 조선총독부가 관심을 보이지 앉자, 그는 직접 행동에 나선다. 처음 광주를 출발할 때 10여명 정도였던 것이 소문을 듣고 전국 환자들이 따라 나서면서, 열하루 만에 서울에 도착할 때에는 200여 명에 이른다.
환자들과 함께 총독부까지 쳐들어간 최흥종 목사는 우가끼 총독과 면담하여 소록도 나병환자 수용시설을 대폭 확대하고 치료를 받은 환자들이 갱생의 길을 걸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약속을 받아낸다. 이것이 그 유명한 나환자 행진이다.
#아호를 '오방'이라 짓다
나환자들의 삶이 어느 정도 정착되자 그는 1935년 서울 세브란스 병원의 친구에게 부탁해 거세한다. 그리고는 아호를 오방(五放)이라 정하고, 주위 지인에게 자신의 사망통지서를 돌린다. 오방이란 '다섯 가지를 놓아버린다'는 의미로 집착을 떨어버린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가 놓아버린 다섯 가지란 집안의 일, 사회적 체면, 경제적 이익, 정치적 활동, 종파적 활동을 말한다.
그리고 무등산 증심사 골짜기에 들어가 오방정에 은거한다. 그가 거처하던 오방정은 이후 1946년 새 건물이 들어서면서 의재의 작업 공간인 춘설헌으로 이름이 바뀐다. 오방정은 1930년대 2·8독립선언서의 핵심 인물인 언론인 최원순이 일제의 탄압을 피해 은거한 석아정이었음도 잊어서는 안 된다. 해방 직후인 1946년 시국 강연을 위해 광주에 온 김구는 오방정을 찾는다.
 남기고 간 휘호가 성자의 본색을 감추고 중생과 함께 한다는 뜻의 '화광동진(和光同塵)'이었다. 무등산 중봉으로 올라가는 중턱의 샘터 초막에 은거하던 최흥종 목사를 찾은 함석헌도 그를 무등산의 은자라 불렀다.
해방 이후 오방은 다시 불려나와 전남 건국준비위원회위원장, 미군정 도정 고문 등을 잠시 맡기도 했지만, 그의 관심은 여전히 걸인과 환자들에 있었다. 증심사 계곡에 빈민 자활촌인 삼애원, 나주 산포에 음성 나환자 자활촌인 호혜원을 만든 것도 그였다. 당시는 한센병과 마찬가지로 결핵도 사회의 기피 대상이었다.

그는 병원에서 마저 포기한 결핵 환자들을 위해 무등산 골짜기(지금의 신양파크 밑)에 송등원과 원효사 아래 공터에 무등원이라는 움막 요양소를 마련해 준다. 최흥종 자신도 무등원 안에 복음당이란 토담집을 짓고 결핵 환자들과 함께한다. 무등산 성자로 불린 최흥종 목사의 장례식에 광주 인근 걸인들과 무등산에서 온 결핵 환자, 여수와 나주에서 올라 온 한센병 환자들이 몰려와 "아버지, 아버지"라 부르며 오열한 이유다.




광주 시민장으로 치러진 오방 최흥종 장례식


그의 감동적인 삶은 이후 뮤지컬과 연극으로 만들어지고, 소설가 문순태는 성자의 지팡이라는 소설을 써 그를 우리 시대 마지막 성자로 기린다. 최근에는 오방 최흥종이라는 만화가 만들어지기도 했고, 2009년 광주광역시는 방림 1동 주민 센터에서 봉선 2동 무등아파트 단지 입구의 도로를 오방로로 지정하여 그를 기리고 있다.

#독립운동가 묘역에 안장되다




대전현충원 최흥종의 묘.


광주 최초의 교인, 장로, 목사 타이틀을 지닌 오방 최흥종의 무덤은 종교인들의 묘역이 아닌 대전 국립 현충원 애국지사 묘역에 있다. 이는 그가 독립운동을 한 목사였다는 뜻이다.
1919년 최흥종은 광주 3·1운동의 총책임자였다. 광주 3·1운동을 논의하기 위해 서울로 올라 간 그는 김범수 등을 만나 광주의 3·1운동을 어떻게 성사시킬 것인가를 협의한 후, 광주 거사일을 큰 장날인 3월 8일 오후 2시로 잡는다. 그러나 서울에 올라갔던 최흥종은 3·1운동이 일어나자 감격을 이기지 못하고 인력거 안에서 만세를 부르다 종로경찰서에 연행되고, 1년 4개월의 옥살이를 한다.
감옥에서 나오자마자, 1920년에는 광주청년회와 광주기독교청년회(YMCA) 창설을 주도한다. 그리고 해방 직후에는 재건된 광주 YMCA의 회장을 맡는다. 1923년에는 광주노동공제회 회장에, 그리고 1927년에는 신간회 전남지회장에 선출된다. 1935년, 일제에 의해 경양방죽이 매립될 운명에 처하게 되자 경양방죽 매립 반대투쟁위원회를 구성하고 그 회장을 맡는다.
해방 직후 "혼란스런 광주를 조용하게 만들 인물은 최흥종 밖에 없다"는 광주 사람들에게 불려 내려가 전남 건국준비위원회위원장, 미군정 도정 고문직을 잠시 맡기도 한다. 이는 그가 당시 지역의 가장 신망 받는 인사였음을 말해준다.
그는 오늘 한·중 사이에 소통의 아이콘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 인민군 군가와 연안송을 작곡한 신중국 100대 영웅 중 한 사람으로 선정된 정율성의 외삼촌이기도 하다. 그의 민족운동, 독립운동이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이회영 6형제에 버금가는 활동을 펼친 정율성 5형제의 항일 운동에도 큰 영향을 미쳤음은 물론이다.
노성태 남도역사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