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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인공지능(AI) 시대를 살고 있다. 운전자의 길 안내에서부터 지브리풍 사진 만들기에 이르기까지 인공지능은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다. 그런데 인공지능의 편리함과 신기함에 취한 나머지 그것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관해서는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옥스퍼드대 인터넷연구소에서 기술과 정치학의 교차점을 연구하는 세 학자가 쓴 ‘AI는 인간을 먹고 자란다’는 인공지능의 화려한 외 한국토지주택공사 대전충남지역본부 관에 가려진 어두운 진실을 파헤친다. 특히 ‘보이지 않는 노동’으로 표현되는 인간 노동의 열악한 실태, 그리고 인공지능 세계화를 떠받치는 신식민지적 질서를 까발리며 그에 맞설 초국적 노동운동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지은이들은 10년여에 걸쳐 세계 각지의 인공지능 관련자 200여명을 인터뷰해서 책을 완성했다고 밝힌다. 200여명의 취재 대상이 책에서는 일곱명으 연차휴가일수 로 압축되어 각기 한 장씩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우간다의 데이터 주석 작업자 애니타, 런던의 머신러닝 엔지니어 리, 아이슬란드의 데이터 센터 기술자 에이나르, 아일랜드의 성우 로라, 영국 코번트리의 물류 노동자 알렉스, 실리콘밸리의 투자자 타일러, 나이지리아의 노조 활동가 폴이 그들이다. 이들과 함께, 머리말에 등장하는 케냐의 콘텐츠 검수자 머시까지 인공 파산관재인 지능 산업의 최전선에서 일하는 여덟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는 이 산업의 빛과 그림자를 생생하게 확인하게 된다. 케냐 나이로비 외곽의 외주 업체에서 메타의 콘텐츠 검수자로 일하는 머시는 하루에 10시간씩, 55초마다 하나의 신고 영상을 확인해야 한다. 게시물이 폭력적이거나 자극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 않은지를 검토하는 게 그의 일인데, 어느 날은 페이스북에 mg새마을금고 연봉 올라온 자동차 사고 영상을 확인하던 중 낯익은 얼굴을 보게 되었다. 사고로 숨진 네명 가운데 한 사람이 자신의 할아버지였던 것. 불과 몇시간 전에 일어난 사고라서 가족들조차 모르고 있었는데, 충격과 슬픔에 빠져 자리에서 이탈한 머시에게 감독관은 위로의 말을 건네면서 “당일 목표를 채우려면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는 말을 덧붙인다. 머시와 같은 콘텐츠 검수자 신김치 들은 자살, 고문, 강간 장면을 “거의 매일” 목격해야 한다. 지은이들이 방문한 어느 콘텐츠 검수 센터의 노동자는 참수 영상을 보고 울음을 터뜨리며 몸을 떨기도 했다. 우간다 북부 도시 굴루의 데이터 주석 작업자 애니타는 자율주행차량 회사의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그는 하루 아홉 시간 동안 화면을 들여다보며 인공지능 학습 데이터세트에 포함된 모든 프레임에서 사람, 자전거, 표지판, 고양이, 나무, 다른 차량 등 온갖 객체들 주위에 다각형을 그리는 작업을 한다. 자율주행차량 같은 인공지능 모델을 훈련시키자면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필요한데, 이 데이터를 인공지능에 곧바로 입력할 수는 없고 애니타 같은 노동자들이 데이터를 한 땀 한 땀 정리하고 꼬리표를 붙여야만 인공지능이 이를 이해할 수 있다. “이들(테크 기업) 입장에서는 반짝이고 번지르르한 자율기계의 비전을 제시하지, 그러한 기계를 훈련시키면서 역으로 AI에게 관리당하는 박봉의 근로자와 이들이 매일 겪고 있는 고된 노동 현실은 비추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도 수많은 사람이 AI를 학습시키는 일을 하는 동시에 AI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 다만 그들의 노동이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다.” 머시와 애니타의 사례가 알려주는 또 하나의 진실은, 인공지능 산업이 과거 식민 제국주의 시절의 착취 구조를 고스란히 답습하고 있다는 것이다. “고임금의 안정적인 직업은 미국 등 주요 선진국 도시들에 집중되는 반면, 저임금의 불안정하고 위험한 직업은 남반구 저개발국가 노동자들에게 떠넘겨지”고, “AI 칩 제조에 필수적인 희귀 광물 역시 대부분 남반구 국가들에서 채굴된 뒤, 북반구의 제조 시설에서 가공”됨으로써 “주변부의 자원과 노동력을 추출해 선진국의 중심부로 부를 이동시키”는 오랜 식민지적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지은이들은 인공지능을 ‘추출 기계’라 부르는데, 이 말은 인간의 노동력과 지능, 가치를 뽑아내 인공지능의 능력으로 탈바꿈시키는 과정과 함께, 남반구-북반구 사이의 이런 불평등과 착취 구조 역시 가리킨다. 영국 아마존 물류 창고의 상품 스캔 노동자 알렉스, 오디오북 아바타에 자신의 목소리를 빼앗긴 아일랜드 성우 로라 등은 머시나 애니타보다는 덜하지만 인공지능의 발달이 초래한 압박과 위기감에 시달리고 있다. 이 노동자들의 맞은편에 있는 것이 머신러닝 엔지니어 리와 투자자 타일러 같은 전문가 집단이다. 자신이 거대한 기계의 톱니바퀴에 지나지 않는다는 리의 회의감, 스타트업의 이익률 상승 방안을 놓고 머리를 싸매는 타일러의 고민이 그 나름대로 절박하지 않은 것은 아니겠지만, 노동자들의 고충에 비할 바는 아닐 것이다. 타일러가 비용 절감을 통해 이익률을 올리겠다며 미국 앨라배마주에 있는 데이터 주석 업체를 동아프리카로 이전하기로 결정하는 대목은 인공지능을 둘러싼 글로벌 시스템을 잘 보여준다. 앨라배마주 작업자들의 시간당 임금이 15달러 정도인 데 비해 같은 일을 하는 애니타의 임금은 시간당 약 1.16달러에 불과한 현실은 초국적 노동운동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한다. 인공지능 산업이 감추고 있는 치부를 들추는 데 치중하다 보니 온통 힘들고 절망적인 이야기들뿐이어서 읽다 보면 분노와 무력감에 휩싸이게 된다. 그러나 지은이들은 변화가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노동자들 자신의 자각과 조직화, 시민들의 감시와 행동, 규제 도입, 전체 시스템의 변화 등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지은이들 자신이 참여해서 성과를 낸 페어워크 프로젝트, 이스라엘의 군사용 인공지능에 대한 구글의 협력에 항의하는 노동자들의 성명과 시위 등이 사례로 소개된다. 초국적 수준의 노동자 조직과 선택적 파업 같은 전략들이 아직 본격적으로 도입되지는 못했지만, “변화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AI 추출 기계를 해체하고, 그 잔해를 해방의 도구로 다시 조립하는 일, 그것이 이제 우리 모두의 몫이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AI는 인간을 먹고 자란다 l 마크 그레이엄·제임스 멀둔·캘럼 캔트 지음, 김두완 옮김, 흐름출판, 2만4000원





소수의 지배자들이 가난한 지구 거주민들의 자원을 약탈해 지구 밖 궤도 위성에서 풍요와 건강을 누리는 세계를 그린 영화 ‘엘리시움’의 한 장면. 배급사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