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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 맛있는 데가 다 탔어요. 물량이 줄어 매점매석하는 이도 있고…. 추석 때 분명 문제 될 걸요.”
윤혁(61)씨는 서울 동작구 성대시장 청과물 상인이다. 3년 전 여름 물난리로 기후위기를 몸으로 겪었다. 대를 이어 장사를 해와 날씨에 민감하다. 지난 2023년 이후 생산량이 급감한 ‘금사과’에 정부가 손 놓고 있다 생각한다. 지 여자기숙사 난 3월 경북 산불로 주요 사과 재배지와 저장고가 불타면서 상황이 더 악화됐다. 윤씨는 “정부가 기후위기에 대처하지 않으니 결국 국민이 손해 본다”며 “표로 (국민의 뜻을) 보여줘야한다”고 말했다.
윤씨처럼 기후위기와 정부 정책을 연결짓는, 그래서 주요 선거 때 기후의제를 투표의 주요 고려 사항으로 꼽는 ‘기후시민’이 국민의 절반을 넘는 토지지분대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보다 많은 60% 이상이 “헌법을 개정해 ‘탄소중립·기후위기 대응’을 국가 책임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는 녹색전환연구소, 로컬에너지랩, 더가능연구소가 참여한 ‘기후정치바람'이 지난달 7일부터 30일까지 전국 18살 이상 성인 4482명을 대상으로 기후위기 인식을 설문한 결과다.
설문 결과 ‘기후위 가실게요 기는 인간활동의 산물’, ‘시급히 탄소중립을 달성해야 한다’는 등의 인식을 지닌 ‘기후시민’이 50.9%로 나타났다. 기후시민은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해 장바구니, 텀블러, 수건을 가지고 다닌다’, ‘탄소배출감축을 위해 쓰레기양을 줄이려고 노력하다’ 같은 6개 문항에 모두 4점(보통이다)에서 7점(매우 그렇다)의 ‘긍정’ 반응을 보인 이들을 추린 것이 시중은행이자 다.
이런 ‘기후시민’은 모든 연령대의 여성(52.1~57.8%)에서, 60대 남성(55.5%) 가운데 비교적 많았다. 20대와 30대 남성에선 38.8%, 38.3%에 불과했다. 진보층에선 56.8%, 중도층에선 53.8%, 보수층에선 42.0%를 차지했다. 지역별로는 인천, 대구·경북, 전남·전북에서 평균보다 많았다. 수도권 매립지, 청약예금 1순위 재생에너지 같은 지역 현안과 지난 3월 발생한 대형 산불 등의 영향으로 풀이된다.
‘기후시민’은 정부의 적극적인 구실을 요구했다. 응답자의 62.3%가 차기 정부가 “기후위기 대응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했고, 57%는 “기후위기 대응 부서를 부총리급으로 두어야 한다”고 답했다. ‘선호하는 기후위기 대응 정책’으로, 가장 많은 46.8%가 “국가 주도의 공공투자 중심형”을 꼽았다. “우리나라 기업이 ‘알이(RE)100’(재생에너지 전기 100%)을 실천하는 것이 산업 경쟁력 강화에 중요하다”고 답한 이는 71.6%에 이르렀다. 전력 분야에서 가장 우선해야 할 정책으로는 58.8%가 재생에너지 확대를 꼽았고, 원자력 발전 확대(24.8%), 석탄발전 감축(10.1%)이 그 뒤를 이었다.



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2025년 기후위기 인식조사 결과 발표\' 집담회에서 발표하고 있는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소장. 기후정치바람 제공


교통이동 쪽에선 “2035년부터 내연기관차 신규 판매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에 찬성하는 비중이 61.1%로 나왔다. “대중교통이나 자전거를 이용하는 이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하자”는 정책에도 79.5%가 찬성했다. 다만 “휘발유와 경유의 유류세 인하 조치가 필요하다”는, 이와는 상반된 태도의 응답도 71.4%로 높게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기후시민’ 척도와 함께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이 높은 ‘민주시민’ 척도도 함께 따져본 것이 특징이다. ‘지도자의 독단 결정’, ‘시민 권리를 침해하는 공권력 행사’, ‘비판 언론에 대한 정부 태도’ 등의 6개 항목에 일관되게 민주적 답변을 한 이를 꼽은 것인데 61.3%로 나타났다. 기후 척도와 민주 척도에서 둘 다 높은 반응을 보인 ‘기후민주시민’은 전체 응답자의 36%로 나타났다. ‘기후민주시민’은 진보층에선 46.2%, 중도층에선 40%, 보수층에선 21.8%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장은 “이번 조사로 시민들이 기후 대응 문제에서 정부와 공동체의 역할에 기대와 믿음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날 결과 발표 자리에 참여한 김은정 기후위기비상행동 공동운영위원장은 “이번 대선 후보들에게 바라는 건 (기후위기 대응과 관련한) 중장기적 비전이 담긴 정책”이라고 말했다.
이날 발표 자리엔 더불어민주당, 민주노동당(옛 정의당), 개혁신당, 진보당 등 4곳의 21대 대선 후보 캠프 관계자들이 참여해 관련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박지혜 민주당 기후위기대응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이재명 후보의 ‘에너지고속도로’ 공약과 관련해 “전력 운영 시스템을 혁신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고,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는 “국가 목표를 생태복지 국가로 설정하고 기후 정책을 국정의 중심에 넣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후정치바람은 이날 발표와 별개로 전국 17개 광역시도별로 800명씩, 모두 1만360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를 이달 중순 지자체별로 발표할 계획이다. 내년 초엔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3차 ‘기후인식조사’를 벌인다. 기후정치바람은 2024년 총선 때 처음으로 ‘기후유권자’ 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 박기용 기자 xen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