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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지역 노동운동 선구자이자 80년 5월항쟁 투사였던 김성애. 문학들 제공


“우리 호남전기 노조원들이 농성할 때 각계각층에서 지지하고 도움을 주셔서 큰 힘이 되고, 승리의 원동력이 되지 않았니?” 노동운동 활동가 김성애는 1980년 5월 후배 윤청자에게 “지금 학생들이 민주화와 노동삼권의 보장 등을 요구하면서 시위하고 있는데, 밥도 제대로 못 먹고 굶어가면서 투쟁하고 있으니 이번에는 호남전기 노동조합에서 학생운동에 힘을 실어주면 좋겠다”고 했다. 윤청자는 호남전기공업회사 노동조합 집행부와 협의한 뒤, 모금활동을 한국장학재단 생활비대출 기간 해 빵을 구매해 전남대·조선대 대학생 시위대에 전달했다. 5월16일 광주 금남로 옛 전남도청 광장에서 열린 민족민주화 성회 시위엔 호남전기 여성 노동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전용호 작가. 정대하 기자


전용호 작가가 개인회생파산 최근 쓴 ‘그리운 5·18투사 김성애·로사리아’엔 서슬 퍼런 시절에 노동자와 대학생의 연대를 다룬 ‘빵 이야기’가 나온다. 5·18항쟁 후 이정희 호남전기 노조 지부장은 빵 사건으로 당시 505보안부대에서 한 달 남짓 조사를 받는 등 고초를 겪었다. 윤청자는 경찰 조사에서 기획자 김성애를 발설하지 않았다. 수사기관에선 이정희 지부장이 김대중씨에게 돈을 받 군미필자대출 아 학생들한테 빵을 사줬다는 것으로 짜맞추려다가, 수사가 김대중-정동년 연계로 정리되면서 ‘빵’과 내란음모 관련성은 유야무야 되었다. 김성애(1956∼1994)는 호남전기 여성노동자였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뒤, 북동성당에 개설된 광주성심고등공민학교에 다녔던 그는 가톨릭 신앙을 갖게 됐고, ‘로사리아’라는 세례명을 받았다. 17살 때인 1972년 건전지를 생 우리은행 mi대출 산하는 제조업체 호남전기에 취업했다. 가톨릭과의 인연은 노동자 인권활동을 지원하던 광주교구 가톨릭노동청년회(JOC)로 이어졌다. 광주가톨릭노동청년회의 지도신부는 김종남·김성룡·조비오 신부 등이었다.



1979년 광주가톨릭노동청년회 모임 장면. 왼쪽에서 넷째가 정향자씨. 문 적금 이율 계산 학들 제공





1980년 5월16일 광주 금남로 옛 전남도청 광장에서 열린 ‘민족민주화 성회’ 시위엔 호남전기 여성 노동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5·18기념재단 제공


김성애는 가톨릭노동청년회 활동을 하며 세상을 새롭게 보게 됐다. 정향자와 김성애가 조직활동을 열심히 해 광주지역 가톨릭노동청년회 모임이 40여개에 달했다. 김성애는 1974년 신입 사원 중 ‘어쩐지 의젓해 보인’ 이정희를 만났다. 호남전기 노동자 1200여명 중 여성이 1000여명에 달했지만, 노조 간부는 남성이 대다수였다. 1976년 8월 노조 부녀부장에 당선된 그는 상근자가 됐다. 윤청자 전 오월민주여성회 회장은 “늘 진지하고 자신에게 철저했던” 김성애를 ‘잔다르크 같은 선배’로 기억했다. 사회단체 활동가들과 교류의 폭도 넓혔다. 가톨릭센터에 있던 가톨릭농민회 교육부장 이강을 알게 됐고, 노동운동가 이양현이 건넨 책을 읽으며 인문학적 사유를 키워갔다. 교육문화사(이황), 녹두서점(김상윤), 송백회(이윤정·정유아·임영희), 민청학련(정상용) 관계자들과 인연을 맺었다. 1979년 호남전기 추석 상여금 요구 투쟁을 하다가 회사 쪽에 찍혀 부산사업소로 발령을 받았던 그는 그해 11월 사표를 내고 가톨릭노동자회 상근자로 활동했다.17살에 호남전기 입사한 김성애 가톨릭청년회 활동으로 세상 눈떠 노조 운동에 5·18땐 ‘취사조’ 참여 계엄군 광주 진입 때 변장해 피신 94년 사고로 두딸과 함께 세상 떠“책은 역사 이면에서 공동체 위해 열심히 산 분들의 집합 기록” 4일 5·18기록관에서 출판기념회 김성애는 5·18이 발발하자 시위에 참여했다. 그리고 5월24일 시민군의 거점이었던 도청에 들어갔다. 시민수습대책위원이던 남동성당 김성용 신부가 시민군들의 밥을 해주는 ‘취사조’로 참여해달라고 부탁했다. 김성애는 광주진압작전이 감행됐던 5월27일 시골로 피신한 뒤 다시 ‘아줌마 차림’으로 변장하고 서울로 갔다. ‘이 로사리아’라는 이름으로 유인물을 제작한 그는 “사제단 모임이나 신자들 모임에서 광주에서 일어난 일을 증언했다.” 경기 과천 한 수녀원에 피신했다가 수사가 잠잠해지자 80년 후반기에 광주로 온 김성애는 광주가톨릭노동자회 상근자로 노동운동을 지원하는 역할을 했다.



‘그리운 5·18투사 김성애·로사리오’ 표지.


광주 운동권 인사들이 운동권 청년을 소개했다. 광주 출신으로 서울대 상대를 나온 뒤 서울대 민청학련과 5·18로 두 번이나 구속됐던 임상택이었다. 두 사람은 1983년 2월 결혼해 경기 광명시 철산에서 서울지역 민주화 운동가들과 공동체를 이루면서 생활하며 민주화운동을 했다. 그는 1994년 1월 교통사고로 두 딸과 함께 세상을 떴다. “불꽃 같은 삶을 살았던 노동운동가”이자 5·18유공자인 김성애는 2014년 국립5·18민주묘지로 이장됐다. 5·18시민군 출신인 전 작가는 “이번에 김성애씨 삶을 기록하다 보니 드러나지 않았던 70년대 중·후반 지역 여성노동운동이 부분적으로 햇빛을 보게 되었다는 감회가 느껴졌다”고 했다. ‘광주여성노동운동 선구자이자 오월항쟁 투사’였던 김성애를 기억하기 위해 쓴 이 책은 “역사의 이면에서 드러나지 않으면서 인간을 위해서, 공동체를 위해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분들”의 ‘집합 기록’이기도 하다. 책 출판기념회는 4일 오후 4시 광주 금남로 5·18민주화운동기록관 다목적강당(7층)에서 열린다.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