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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8일 대만의 ‘마지막 원전’인 핑둥현의 마안산 2호기 인근 해안가에서 시민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장영식 사진작가 제공





Q. 대만은 ‘정치 공세’를 뚫고 탈원전을 관철할 수 있을까요?
A. 대만은 지난달 마안산 2호기 원전을 폐쇄해, 아시아 최초로 ‘탈원전’을 달성했습니다. 그런데 오는 8월23일 이 ‘마지막 원전’을 다시 가동할지 묻는 국민투표를 실시한다고 합니다. ‘탈원전’ 이틀 만에, 집권당인 민진당(민주진보당)의 ‘핵 없는 국가’ 정책에 반발하는 야당(국민당) 주도로 ‘탈탈원전’ 국민투표안이 통과된 결과입니다. 그럼 탈원전은 ‘도로 아미타불’이 된 걸까체리마스터 다운
요? 대만 현지 취재 과정에서 만난 정치인과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대만 탈원전에 어떤 복잡한 사정이 있는지 짚어보고, 에너지 ‘전환’의 미래를 전망해보겠습니다.
‘원전의 안전성이 보장된다면 마안산 2호기 재가동에 찬성하십니까?’
8월 국민투표에서 대만 국민들은 이 질문에 답해야 합니다. 이를 두고 지난달 21일 대만 입법개미성공신화
원(국회)에서 만난 궈위칭 의원은 “야당이 원전을 정치적 선동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지적했어요. 대만은 설계수명(40년)이 다한 원전을 원칙대로 폐쇄하는 방법으로 탈원전을 이뤘는데, 야당은 ‘노후 원전도 안전하다’는 상식 밖의 전제를 깔아 찬성표를 유도하고 있다는 겁니다. 유명 방송인 출신인 궈 의원은 지난해 민진당 지명으로 입법원 의원LIG손해보험 주식
이 된 뒤 탈원전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온 인물입니다.



궈위칭 대만 입법원 의원이 지난달 21일 타이베이 입법원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특히 궈 의원은 국민당이 10년 전오리지널바다이야기
탈원전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깨고 ‘정치 공세’에 몰두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환태평양 지진대에 있는 대만은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목격한 뒤 여야 구분 없이 탈원전 목소리를 냈습니다. 그런데 2016년 집권한 민진당 차이잉원 정부가 본격적인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자, 국민당이 2017년 일어난 대정전에 대한 국민 감정을 일으켜 탈원전을 반큰손차트
대하는 국민투표를 추진하는 등 “원전을 정쟁의 도구로 악용했다”는 겁니다. “그 결과 지지하는 정당에 따라 원전 찬반이 결정되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궈 의원은 지적했습니다. 이번 국민투표에서 여권이 승리할 가능성을 ‘반반’으로 점치며, 그는 “노후 원전의 경제성·안전성 등 사실에 기반한 투표가 이뤄져야 이런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고 짚었습니다.
설사 국민투표가 가결돼도 마안산 원전을 당장 재가동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가동을 멈춘 원전을 수리하는 데에만 최소 3년 이상이 걸리고, 재가동 비용으로 수조원이 들어가는 등 경제성이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이는 국민당도 인정한 사실입니다.
자오자웨이 대만기후행동네트워크 대표연구원은 “경제성 분석을 했을 때 대만에서 원전은 더는 경쟁력이 없다”고 지적합니다. 새 원전의 경우 1킬로와트시(㎾h)당 발전 단가가 최소 4~5대만달러, 소형모듈원전(SMR)은 7~8대만달러로, 태양광 발전 단가(약 2대만달러)의 두 배가 넘는다는 연구 결과를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마안산 원전을 재가동해도 당장 전력 수급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어렵습니다. 자오 연구원은 “폐쇄 전 마안산 2호기는 대만 전력 비중 3%를 담당했는데, 현재 재생에너지 비중은 12%”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미 재생에너지가 탈원전 공백을 메우고도 남는 전력을 생산하고 있을 뿐 아니라, 탈원전에 대비한 싱다·타이중 지역 가스발전소 대체설비(4800㎿)도 있습니다. “야당은 원전이 폐쇄되면 전기가 부족할 거라고 국민 불안감을 자극하지만, 매해 원전 3~4기 용량의 태양광·풍력 설비가 늘고 있어 당분간 전기가 부족할 가능성은 낮다”고 자오 연구원은 말했습니다.



대만 마오리현 포모사 해상풍력단지의 풍력발전기들이 강한 바람에 돌아가고 있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가오루핑(왼쪽) 대만재생에너지협회 사무총장과 자오자웨이 대만기후행동네트워크 대표연구원이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대만이 주력하는 반도체 산업의 기업들도 재생에너지 ‘전환’에 적극적입니다. 주로 수출 목적으로 반도체를 생산하는 티에스엠시(TSMC) 같은 기업의 입장에서 볼 때, 원전 없이 100% 재생에너지만 써서 제품을 생산하는 ‘알이(RE)100’ 달성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기 때문입니다.
가오루핑 대만재생에너지협회 사무총장은 “앞으로는 전력이 부족한지 충분한지가 아니라 충분한 재생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는지가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유럽연합(EU) 등이 ‘탄소중립’을 무역 장벽으로 삼고 있는 상황이라, 대만을 비롯해 한국, 일본 등 수출이 중요한 동아시아 국가들에겐 탄소 배출이 적은 청정에너지 사용이 이런 장벽을 넘어설 역량이 될 수밖에 없다는 뜻입니다. 가오 사무총장은 지난 10년 대만의 일관적인 탈원전과 재생에너지 추진 정책이 아시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청정에너지를 늘리는 성과로 드러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명확한 탈원전 비전은 유럽 해상풍력 투자자들에게 장기 투자에 대한 신뢰도를 높였습니다. 알이100 달성이 필요한 기업들과 해상풍력 기업을 연결해, 장기 고정단가로 전력을 공급하는 계약으로 가정용 전기요금을 인상할 요인을 만들지 않으면서 재생에너지 설비를 늘리고 있습니다. 또 원전을 짓고 수출하는 이해관계가 복잡한 한국과 달리 대만은 원전 산업 자체가 크지 않습니다. 가장 경제적인 에너지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는 뜻이죠. ‘전력 부족’ 같은 탈원전에 대한 기우들은 어차피 정치적인 목적 때문에 제기된 거라,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사라질 겁니다.”
타이베이/옥기원 기자 o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