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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울진부터 경기 하남까지 이어지는 국내 최장(最長) ‘동해안~수도권 송전선로’ 건설 사업이 경기 하남을 제외한 사업 구간 내 마을 79곳으로부터 모두 동의를 받았다고 한국전력이 11일 밝혔다. 이 사업은 동해안 발전소에서 만든 전기를 수요지인 수도권으로 가져오는 프로젝트로, 송전선은 10개 시·군을 통과하고 총길이는 280㎞에 달한다. 진행 중인 송배전망 사업 중 주민 등 이해관계자가 가장 많다. 이번에 79개 마을의 동의를 모두 받으면서, 변전소가 있는 종착지 하남시의 반대라는 마지막 관문만 넘으면 사업이 속도를 내게 됐다. 이 사업은 환경단체와 지자체 등의 반발 속에 송전선로가 지나는 구체적인 위치조차 애초 계획에 파워포럼 서 준공 시점으로 잡았던 2019년에 정해졌고, 이후에도 주민들의 반대가 이어지며 완공 일정은 계획 대비 6년 7개월이 밀렸다.
AI(인공지능) 등 글로벌 산업 재편 속 송배전망 건설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문제로 꼽힌다. 특히 우리나라는 전력 수요는 수도권에 집중되고, 발전소는 해안가 등 비수도권에 주로 위치하는 상황에서 이를 연결하는 나이스신용평가정보 송배전망 사업이 곳곳에서 지연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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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수도권 송전선로’ 건설은 신형 원전 6기 규모에 해당하는 전력 8GW(기가와트)를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한 사업이다. 동해안에 있는 원전과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만드는 전기를 태백산맥을 넘어 수도권에 공급하기 위해 지어야 할 송전탑은 436개에 달하고, 수리비 총사업비는 약 4조6000억원이다. 발전소가 자리하기엔 인구가 밀집한 수도권에서 멀고 냉각수 확보, 연료 수입 등에 쉬운 동해안 등 비수도권이 유리하지만, 정작 대규모 전력이 필요한 반도체 공장이나 데이터센터 등은 수도권에 몰리다 보니 이 같은 대규모 송배전망 사업이 추진됐다.
2010년대 초반 ‘밀양 송전탑 사태’ 이후 송배전망 사업은 아파트전세보증금대출 주민 반대로 제동이 걸리는 일이 잇따랐다. 전자파가 나와 건강이 나빠진다는 괴담이나, 고압선이 동네 흉물이 된다는 것과 같은 논란이 이어졌다. 이 사업도 같은 논란이 발목을 잡았고, 한전 측은 각종 보상안을 제시하면서, 각종 괴담을 합리적으로 해소하는 데 특히 집중했고, 주민들의 마음을 사기 위해 수시로 소통했다. 이 사업은 얽혀 있는 지자체, 마을이 가장 정부 햇살론 많아 ‘주민 합의’가 가장 큰 난관으로 꼽혔다.
◇과학과 소통으로 괴담에 대응
한전이 동해안~수도권 송전선로가 지나는 각 마을과 전부 합의하는 데까지는 우여곡절이 끊이지 않았다. 선로가 통과하는 지역을 선정하기 시작한 2016년 5월부터 적지 않은 주민이 철탑 화형식과 삭발식을 열면서 극심하게 반대했다. 한전은 이때를 시작으로 마을 한 곳당 공식적인 협의만 10~15번씩 하는 등 동부 구간(울진~평창)에서 600여 차례, 서부 구간(평창~수도권)에서 500여 차례 주민과 만났다.
특히 막판까지 진통을 겪었던 강원 홍천군은 큰 난관 중 하나였다. 한전 직원들은 주민들에게 변전소 등 전력 설비 견학 기회를 제공하며 불안감을 덜어주려 했다. 전자파 피해가 크다는 오해를 불식시키려고, 주민들을 운용 중인 송전탑으로 초청, 실시간으로 전자파를 측정해 보여주기도 했다. 한전 관계자는 “과학적인 내용들을 반복해서 알려드리고, 이게 나라에 앞으로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한 것이 주민들이 마음을 돌리는 계기 중 하나가 된 것 같다”고 했다.
한전은 현지 주민들과 이런저런 계기를 만들어 자주 만나며 마음을 샀다. 주무 부서인 한전 HVDC 건설본부 직원 120명은 돌아가며 각 마을에 살다시피 했고, 부녀회장과 노인회장, 마을 총무에 새마을지도자까지 가리지 않고 만났다. 평일마다 빵과 음료, 잔치국수 등 식사를 준비한 간담회를 수차례 열었고, 주말에는 건설 사업과 직접 관련이 없는 경조사와 마을 행사까지 챙겼다. ‘찾아가는 사진관’을 열어 가족 사진을 찍어주며 주민들과 친해지려 했다. 2022년 울진 산불 당시에는 주말에도 현장을 찾아 생필품과 인력을 지원했다.
한 직원은 지자체 번영회장을 직접 만나기 위해 해발 1560m의 강원 정선군 가리왕산 정상까지 올랐고, 주민들을 위해 경북 봉화에서 차로 편도 1시간 걸리는 경북 울진까지 달려가 회를 사오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올해 송·변전 시설 인근에 사는 주민에 대한 지원책이 강화된 것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한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변전소와 송전탑 인근 주민들에게 주는 지원금을 11년 만에 20% 가까이 올린 것도 무관치 않을 것”이라고 했다.
◇“주민 합의 본보기 돼야”
한전 안팎에서는 이번 사례를 본보기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전에 따르면,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지어야 할 송전선 31곳 중 완공된 곳은 8곳에 그친다. 당진화력발전소~신송산(90개월), 신시흥~신송도(66개월) 구간처럼 수년씩 지연되는 사업이 속도를 내려면 주민들과의 원만한 합의가 필수라는 것이다.
조홍종 단국대 교수는 “주민 합의를 이끌어낸 점은 박수받아 마땅하지만 이미 한전이 수년 전에 했어야 하는 일들”이라며 “계속 지연되고 있는 다른 송전선로 사업이 속도를 내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