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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그라미, 동그으라미, 크기가 달라도...”
22일 오후 8시 뉴욕한국문화원 1층, 분홍색 민소매 블라우스를 입은 가수 이소은(43)이 웃으며 자신의 신규 앨범 수록곡 ‘컴퍼스’를 부르자 모여 있던 한국인과 외국인 70여 명이 입으로 “동그라미”라고 소리 내며 따라 불렀다. 그는 약 90분간 마치 데뷔 무대를 갖는 십대 연예인처럼 때로는 목소리가 떨렸고, 노래와 노래 사이 “잠깐만요”라고 말한 뒤 수시로 물로 목을 축였다. “정말 오랜만에 무대에 선다”라는 말에 노래를 듣는 사람도 긴장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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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인 1998년 1집 앨범 ‘소녀’로 데뷔해 2005년까지 4장의 앨범을 낸 이소은이 23일 20년 만에 새 앨범 ‘시선 - Notes on a Poem’을 발표했다. 이날 그는 8월에 있을 본격적인 한국 활동에 앞서 자신이 사는 뉴욕에서 평소 가깝게 지낸 지인을 초청해 맛보기로 곡을 들려주는 시간을 가졌다. 이소은은 ‘서방님’ ‘닮았잖아’ ‘키친’ 등 솔주식개미들의모임
로곡, 김동률과 듀엣으로 부른 ‘기적’을 히트시키며 팬들에게 따뜻하고 풍부한 감성을 지닌 발라드 가수로 각인되어 있다. 새 앨범에는 55분량의 총 16곡(영어 버전 4곡 포함)이 수록됐다. 발음하기 쉬운 가사로 외국인도 따라 부를 수 있는 ‘컴퍼스’, 듣고 있으면 은은하게 달콤한 향이 나는 것 같은 ‘비파나무의 집’, 푸릇한 사과가 입에 담긴 듯한 ‘여름의황사관련주
사과가 말했다’ 등이 귀에 쏙쏙 박힌다.
데뷔 28년 차 가수이지만 이소은의 가장 최근 직업은 ‘뉴욕 변호사’다. 그는 한창 활동을 이어가던 2009년 돌연 미국 유학길에 올라 노스웨스턴대 로스쿨을 졸업한 뒤 뉴욕주 변호사가 됐다. 2012~2019년 뉴욕 유명 로펌 ‘코헨앤그레서’, 국제상업회의소 국제중재법원 뉴욕 지부에서 변호사 생활렙스인베스트먼트
을 하다 2020년 출산과 함께 회사를 나왔다. 잠시도 가만히 있는 성격이 못 되는 탓에 2022년 ‘지금의 나로 충분하다’는 에세이를 냈고, 이후엔 스타트업에 도전했다. 이소은은 “자기 이름을 걸고 일을 하면서 뭔가를 세상에 내놔야 한다는 점에서 아티스트와 창업가가 비슷하다고 느꼈다”고 했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미디어 콘텐츠를 만드는 스타트업을 준비하엠피씨 주식
며 그는 직접 캐릭터도 그려보고 이를 바탕으로 애니메이션도 만들었지만, 상품으로 내놓는 마지막 단계는 아직 넘지 못했다.
이소은은 ‘피칭(투자자 설명회)’을 하게 되면 노래로 자신의 콘텐츠를 설명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세 곡을 만들었고 작년 5월 한국에서 녹음을 했다. 이때 계획에 없던 일이 찾아왔다. 작업이 거의 마무리되던 시점에 동요 작곡가인 레마(REMA)가 지인을 통해 “한 시집을 노래로 만들려고 하는데 함께해 줄 수 있느냐”고 조심스럽게 부탁한 것이다. 미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레마가 보낸 ‘데모(시연)곡’을 듣는 순간 ‘이거다’라는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 비행기에서 내린 뒤 곧바로 레마와 함께 ‘나의 작은 거인에게’라는 시집에 있는 동시 12개를 노래로 바꾸는 작업을 시작했다. ‘본업’이었던 가수로 돌아가기로 마음 먹은 것이다.



데뷔 28년차 가수 이소은은 지난해 11월 한국에서 이번 앨범 작업을 했다./April Oh


음악 작업 환경은 김동률 등 쟁쟁한 음악가와 함께한 20년 전과 많이 달랐다. 소속사가 없는 이소은은 집에 조그맣게 마련한 공간에 마이크와 녹음기를 두고 곡을 만들어 나갔다. 레마와 의견을 주고받은 메일도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이렇게 완성한 곡을 녹음하기에 앞서 과거 활동할 때 인연을 맺은 뮤지션들에게 일일이 연락을 돌려 “새 앨범을 내려고 하는데 도와줄 수 있느냐”고 부탁했다. 20년 만의 앨범을 내려는 이소은을 모두가 발 벗고 도왔다. 작년 11월 한국에서 17일을 머물며 16곡을 녹음했다. 뉴욕에서 엄마를 기다리는 딸 생각에 압축적으로 작업하다 보니 체력이 약해지는 바람에 미국으로 돌아온 뒤 심한 대상포진에 시달리기도 했다.
이렇게 한국과 뉴욕을 오가며 만든 앨범을 들고 이소은은 내달 6일부터 한 달 일정으로 한국에 간다. 8월 30일에는 이화여자대학교 ECC 영산극장에서 13년 만에 콘서트도 할 계획이다. 이소은은 “어느덧 40대가 된 ‘동시대에 사는 벗들’이 노래를 듣고 잠시라도 ‘나에게도 동심이 있었지’라는 생각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소은 5집 앨범/April 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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