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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월 부산의 한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근로자가 추락사했다. 옥탑 창틀에서 작업 중이던 동료를 촬영하려다 발을 헛디뎌 10m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당시 사고 현장에는 그물망 등 작업자 안전시설이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총공사비가 20억원 미만이라 안전관리계획 수립이나 안전관리자 선임 의무가 없었다. 사고 이후 시공사는 해당 공정을 옥상이 아닌 건물 내부에서 수행하도록 바꿨다. 위험을 사전에 인지하고, 조치를 취했다면 충분히 막을 수 있었던 산업재해였다.
지난해 11월 인천의 한 공장 신축 현장에서도 비슷한 비극이 반복됐다. 2층 발코니 크기를 측정하던 작업자가 발을 헛디뎌 1층으로 추락해 숨졌다. 당시 시공사는 사고 원인에 대해 안전난간이 하자담보책임기간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이 현장은 공사비 대비 낙찰률이 80% 미만인 저가 수주 사업장으로, 사실상 덤핑 수준으로 공사가 진행됐다. 고용노동부는 사고 이후에야 작업계획서를 심의했고, 그제야 추락 방지 난간이 설치됐다.
잇따른 산업재해에 당국이 건설업 면허 취소 등 최고 수위 처벌을 거론하고 있지만, 건설 업계에서는 처벌 강화만 주택대출이자 소득공제 으론 반복되는 산재를 막을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반복되는 산재를 부추기는 근본적 원인이 저가 입찰, 공사 기간 단축 압박, 불법 하도급 등 건설업의 구조적 병폐에 있다는 분석에서다. 사망 등 중대재해 발생 시 처벌에만 집중하는 사후 땜질식 규제가 아니라, 저가 수주 경쟁 등 근본적 문제 해결이 우선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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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특보 일주일째인 7월3일 울산 울주군 온산읍 에쓰오일 샤힌 프로젝트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들이 작업하고 있다. 이날 울산에는 폭염 영향예보 '경고' 단계가 발령됐다. ⓒ연합뉴스


건설 사망 사고, 49.3%가 소규모 작업장에 집중
사업자 새희망홀씨 시사저널이 국토안전관리원에 등록된 사고 사례를 토대로 지난해 민간·공공 건설 현장 사망 사고 239건(업무 전후, 질병 사망 포함)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 사고는 공사비 50억원 미만 소규모 작업장에 집중됐다. 50억원 미만 작업장의 사망 사고 비중은 49.3%로, 전체 작업장 중 절반에 달했다. 1000억원 이상이 투 국민행복기금 전화 입되는 대규모 사업장(24.2%) 대비 2배 높은 수치다.
공공기관 발주 현장도 예외가 아니었다. 사망자가 발생한 공공 건설 현장 95곳을 전수조사한 결과, 78%가 낙찰률 90% 미만인 '저가 수주' 현장으로 밝혀졌다. 건설 업계에서는 통상 낙찰률 90% 미만인 현장을 수익성이 낮은 '덤핑 현장'으로 분류한다. 수익성이 낮지만, 사업을 이어가야 하는 중소 건설사들의 경쟁이 치열해 최저가 입찰이 반복되는 현장이기도 하다.
건설 업계 관계자는 "공사비 규모가 작은 사업장일수록 수익성이 낮지만, 일감이 적은 중소 건설사들은 이런 곳이라도 '최저가 입찰'을 내세워 수주해야 회사를 유지할 수 있다"며 "수주 이후 공사비를 아낄 방법을 찾아 불법 하도급이나 안전조치 축소로 비용을 줄이고, 최소 인력으로 공사를 강행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설명했다. 건설사들이 손해를 봐가며 공사를 할 수 없기에 이곳에선 안전관리사, 신호수 등을 최소화할 수밖에 없다. 안전성이 개선된 장비보다 노후 장비를 투입하는 일도 빈번하다.
현장에서는 소규모 사업장일수록 산업재해가 더 자주 반복되는 원인으로 건설 업계의 뿌리 깊은 병폐를 지목한다. 발주자는 '값싸고 빠른 완공'을 요구하고, 시공자는 무리해서라도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작업자들을 갈아 넣는 관행이 산업재해를 되풀이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규모가 작은 현장일수록 '갑'의 횡포가 심해 이 같은 병폐에 더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국토안전관리원 사고 사례에 따르면, 사망 사고가 발생한 공공 건설 현장 65%가 19인 이하 소규모였으며, 41%는 안전관리의 기본인 안전관리계획 작성 의무조차 없는 작업장이었다.
전영준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미래산업정책연구실장은 "타 산업의 수주 계약과 달리 건설업은 발주자와 시공사의 계약 체결과 동시에 모든 책임이 시공사에 과도하게 전가되는 구조"라며 "공사비 산정을 위한 객관적 기준이나 폭염 등 이상기후로 인한 공기 지연 대책은 미비한 반면, 시공사가 공사 중 발생하는 모든 리스크를 떠안겠다는 특약은 늘고 있다. 이런 불균형이 결국 산업재해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행 제도에도 빈틈이 크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현재 공사비 50억원 미만의 공사 현장은 안전관리자 선임 의무가 없다. 안전관리계획 작성 의무도 면제돼 각 공정의 위험 요소나 대응 방안 등이 사전에 검토되지 않는 실정이다. 보호구 착용, 난간 설치만으로도 막을 수 있는 산업재해가 반복되는 이유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공사비 50억원 미만의 현장은 현장 대리인 1인만 있어도 공사가 가능하다 보니 작업반장 한 명이 작업자 수십 명의 안전을 모두 관리하고 책임지는 경우가 많다"며 "수익성이 낮을수록 숙련 인력이 적고, 안전에 대한 경각심도 떨어져 사망 등 치명적인 산업재해로 이어지기 쉽다"고 분석했다.






안전관리자도, 계획도 없는 '규제 사각지대'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소규모 현장의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아무리 대형 건설사를 처벌해도, 사망 사고가 집중되는 '공사비 50억 미만·근로자 19인 이하' 사각지대가 방치된다면 문제 해결이 요원하다는 이유에서다. 전영준 실장은 "현행법상 산재 사고가 발생하면 산업안전보건법·중대재해처벌법 등으로 중복 처벌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상황에서 규제만 늘리면 기업은 공사를 회피하고, 건설업 업황은 더욱 위축될 수 있다"며 "싱가포르처럼 강력한 처벌법 하나를 중심으로 규제와 처벌을 단순화하는 '규제 다이어트'가 필요하다. 장기적으로는 적정 공기와 공사비 현실화가 병행돼야 한다"고 전했다.
싱가포르는 2005년 산업안전보건법을 도입하면서 '벌점 제도(Demerit point system)'를 시행해 산업재해를 크게 줄였다. 산업재해의 중대성에 따라 벌점을 부과하고, 누적 벌점이 25점 이상이면 외국인 노동자 고용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처벌한다. 벌점에 따른 고용 제한이라는 일원화·단순화된 방식으로 강력한 처벌 제도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싱가포르는 이 제도로 지난 20년간 노동자 10만 명당 사망자 수를 4배 이상 감소시켰다.
일각에서는 소규모 건설 현장의 현실을 고려한 지원책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명기 교수는 "소규모 현장의 경우 국가에서 안전 컨설팅을 받아도 이를 실행·관리할 인력 자체가 없다"며 "국가가 안전관리 인력을 직접 투입하거나, 발주자에게 안전관리자 선임 비용을 전액 부담하게 하는 등 안전관리를 지원하는 방향으로의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처벌을 무기로 과도한 짐을 지우는 조치는 이제 멈춰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