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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외래칩입종으로 정하고 박멸을 독려하고 있는 남미산 테구도마뱀./Georgia Southern University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악어 앨커트래즈’가 문을 열었습니다. 다 자란 몸길이가 5m에 육박하는 미시시피악어와 버마비단뱀이 우글대는 에버글레이즈 습지 한복판 폐비행장 부지에 체포된 불법 이주자 수용 시설을 만들겠다는 구상이 발표될 때부터 논란이 적지 않았어요. 하지만 이민 정책을 총괄하는 미국 국토안보부가 악어의 머리 주택청약종합저축 소득공제 무주택 에 이민세관단속국(ICE) 로고가 박힌 모자를 씌우는 합성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게시하는 등 논란을 오히려 정책 홍보의 기회로 삼았고, 첫 수용자들이 입소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졌습니다.



미국 국토안보부가 악어와 ICE 모자를 합성해 올린 페이스북 게시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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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악어 앨커트래즈’가 다른 곳도 아닌 플로리다에 문을 열었다는 사실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범위를 인간계를 넘어 짐승계 전반으로 넓혀보면, 이곳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토종과 외래종의 처절한 생존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거든요. 밀어내려는 자와 정착하려는 자의 종료 시간 없는 무제한 연장전이 야생의 습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땡큐론 와중에, 인간 세상의 불법 체류자 단속·구금 시절이 들어섰다는 점이 참으로 기이합니다.



테구도마뱀이 붉은 혀를 날름거리고 있다./U.S.Army Engineers


플로리다를 대표하는 괴물 파충류로는 토종의 우두머리 농협 적격대출 인 미시시피 악어와 외래종의 맹주 버마비단뱀이 있습니다. 하지만 양대 산맥에 가려져 있을 뿐 플로리다를 자신들의 새로운 터전으로 삼은 외래 파충류 세 종류가 또 있습니다. 이들이 토착 생태계를 해친다며 당국은 끈질긴 박멸 전투를 벌이고 있지만, 이미 장기 교착 상태로 접어든 지 오래입니다. 이 세 종류의 도마뱀은 크기도 습성도 먹성도 제각각입니다. 그 도마 우리은행 전세자금대출 연장 뱀 삼대장의 우두머리를 꼽자면 단연 남아메리카에서 북상한 테구도마뱀일 것입니다. 검은색과 고동색이 물결치듯 줄달음질치는 몸통의 무늬는 늪지의 제왕 가물치를 연상케 합니다. 뭍의 가물치라고나 할까요?



테구도마뱀을 가까이서 포착한 모습./U.S.Geological Survey


그런 별칭이 전혀 어색하지 않을 게 테구도마뱀의 먹성은 가물치 못지않게 왕성하거든요. 원산지인 남미에서도 닭 서리와 알 서리로 농가의 골치를 썩였는데, 이색 애완동물 밀거래를 통해 유입돼 터를 잡은 미국에서도 제 버릇을 못 버린 모양입니다. 토종 조류와 거북·개구리·물고기들과 그들이 낳은 알, 거기서 깨어나온 새끼들이 속수무책으로 테구도마뱀의 위장 속으로 직행하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어요. 테구도마뱀보다는 훨씬 왜소한 몸집에 머리와 꼬리는 프로야구 전반기 1위 팀 한화이글스의 상징색인 밝은 주황색을 한 아름다운 도마뱀이 있습니다.



아름다운 몸 빛깔을 한 피터바위아가마./U.S Fish and Wildlife Service


바로 아프리카가 원산지인 피터바위아가마예요. 아가마는 ‘카멜레온’· ‘왕도마뱀’·‘도마뱀붙이(게코)’처럼 파충류의 대그룹 도마뱀파를 이루는 수많은 분파 중의 하나입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목주름을 활짝 펼치고 두 발로 달리는 것으로 유명한 목도리도마뱀을 비롯해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전형적인 도마뱀들이 대거 속해있습니다. 아가마들은 습성과 생김새는 조금씩 달라도 살아가는 지역에 맞춰 기막히게 적응하는 능력이 탁월합니다. 안 그러면 대서양 건너 아프리카가 원산인 이 피터바위아가마가 플로리다에서 번성하는 일은 없었겠지요. 씨앗·열매·작은 벌레 등이 주식인 이들이 외래종으로 토종 생태계를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것 같은데, 문제는 비슷한 습성과 크기를 가진 플로리다의 토종 도마뱀들과의 영역·먹이 다툼에서 절대 우위를 점하면서 이들을 코너로 몰아넣고 있다는 것입니다.



햇볕을 쬐고 있는 피터바위아가마./Pam Harting, Florida Master Naturalist


육식인 테구도마뱀, 잡식인 피터바위아가마와 달리 양순한 초식 도마뱀인데도 생태계를 파괴하는 괴물로 낙인찍힌 녀석이 있으니 바로 녹색이구아나입니다. 이색 애완동물로 거래되자 유기되면서 터잡은 앞의 두 녀석과 달리 녹색이구아나는 그보다 훨씬 앞선 1960년대에 남미에서 오는 화물선을 통해 미국으로 유입됐습니다. 그 당시 배에 몸을 실은 이구아나들에게는 밀항의 의지가 있었을까요? 당사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이들은 아주 성공한 밀항자가 됐습니다. 온화한 기온과 작열하는 햇볕, 그리고 주렁주렁 매달리는 열매와 싱싱한 나뭇잎과 가지가 널린 플로리다는 녹색이구아나들에게 고향보다 더 고향 같은 곳이었을지도 모르겠어요. 이들은 직접 사냥을 하지 않는 초식임에도 불구하고 토종 식물이 존립의 위협을 느낄 정도가 되고, 이들이 구덩이를 파헤치는 과정에서 식생이 망가지는 경우가 다반사로 일어나면서 이들도 풀만 뜯는 도마뱀임에도 박멸 대상에 이름을 올렸어요.



벽돌위에 있는 피터바위아가마./Sean McKnight, UF/IFAS Wildlife Ecology student


길게는 60년 동안 외래종 도마뱀들을 ‘침입자’로 규정하고 각종 퇴치 방법이 동원됐어요. 셋 중 가장 튼실한 몸통을 가진 이구아나는 고기 요리로 개발돼 레시피까지 보급됐죠. 아가마와 테구도마뱀의 퇴치 수단으로 이 도마뱀들만을 타깃으로 한 매사냥까지 등장했습니다. 이렇게 토종 생태계와 자연을 지키기 위한 침입자와의 전쟁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 완전 박멸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상황으로 봐서 결국 완전 퇴치·박멸은 영원한 꿈으로 남을 공산이 적지 않아 보여요. 플로리다주의 경우 토종 사슴·토끼에 어린 악어까지 먹어 치우는 버마비단뱀 박멸을 위해 주지사 주최로 연례 사냥대회(살려두지 않고 살처분하는)까지 열고 있지만 눈에 띌 정도로 숫자가 급감했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습니다.



민가 벽에 달라붙어있는 쿠바청개구리./플로리다주립대 홈페이지


플로리다에 안착해 번성하면서 박멸 대상으로 낙인찍힌 외래종은 비늘 두른 파충류만 있는 게 아닙니다. 이 외래 파충류들의 대선배 격인 물뭍동물 쿠바 청개구리가 있어요. 지금부터 1세기 전인 1920년대에 화물선에 선적한 통나무 등에 붙어서 플로리다로 유입된 뒤 이 일대 최대·최강 양서류로 등극했습니다. 이들의 무기는 가공할 만한 생존력입니다. 본연의 서식지인 숲과 연못을 나와 주택가와 도랑, 하수구, 심지어 변기까지 터전을 잡았습니다. 자신의 몸뚱이보다 작은 것은 모두 꿀꺽 삼키며 소화하는 개구리 특유의 식사법으로 제 몸보다 왜소한 토종 개구리·도마뱀·새·쥐를 거침없이 먹어 치우며 생태계 피라미드의 포식자로 군림하고 있습니다.



쿠바청개구리는 화장실이나 욕실과 연결된 관을 통해 집 안에 들어오기도 해요. /미국 플로리다대


플로리다의 외래종들은 뭍에만 있는 게 아니랍니다. 쪽빛 바다로 이름난 플로리다의 산호초에는 화려한 모양의 지느러미와 오색 빛깔을 한 아름다운, 그러나 악명 높은 외래종이 살고 있어요. 쏠베감펭입니다. 워낙 아름다운 생김새를 하고 있어 수족관에서도 인기가 높은 물고기인데, 1980년대부터 수족관에서 내버린 개체들이 완벽하게 적응하면서 포식자로 군림하고 있어요. 아름다운 겉모습과 달리 해양 생태계를 떠받쳐주는 산호초를 위협하는 파괴자로 악명을 떨치고 있습니다. 산호초에서 자라는 해조류를 먹는 작은 물고기를 먹어 치우다 보니 같은 먹이로 경쟁하는 그루퍼 등 토종 물고기들의 식생활을 훼방 놓고 있어요.



플로리다 산호초 파괴자로 악명떨치는 쏠배감펭./National Oceanic and Atmospheric Administration


보다 심각한 것은 해조류의 과잉 번식을 막아 산호초 건강 지킴이 노릇을 하던 작은 물고기들이 쏠배감펭의 뱃속으로 사라지면서 산호초까지 존립의 위협을 받는 상황이에요. 스쿠버다이버들이 작살로 사냥을 하고, 각종 요리법을 개발하며 퇴치에 골머리를 앓고 있지만, 도마뱀·개구리와 마찬가지로 완전 퇴치는 난망해 보입니다. 미국 문학의 대가 헤밍웨이의 삶이 깃든 곳, 꿈과 환상의 나라 디즈니월드와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있는 곳, 대형 파충류들이 득시글대는 습지를 품은 곳, 그 습지에 들어선 불법이주자 구금시설... 이렇게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각각의 공간들을 품어 비현실적인 다양성마저 느껴지는 플로리다. 그 야생의 동물계에서는 오늘도 저마다 살아가려는 치열한 혈투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아메바부터 침팬지까지, 사람 빼고 살아 숨 쉬는 모든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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