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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뀐 먹고 지불했다. 했다. 한 여기저기 인사를26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 다산홀에서 열린 ‘제11회 신한 29초영화제’ 시상식에서 수상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이솔 기자


“지금부터 2025년 ‘밥 한번’ 총결산을 시작하겠습니다.”
지친 퇴근길에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다. 여태 미뤄온 밥 약속을 한꺼번에 해치우는 모임을 여는 유쾌한 계획이다. 그렇게 밥 한번 총결산을 개최하자 그립던 사람이 하나둘 찾아온다. 아는 형님, 옛 지인에 동창까지 밥 한번 먹기 위해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 모였다. 설 명절 고향에서 마주쳤던 친구는 정겨운 사투리로 “오랜만이네”라며 손을 흔들고, 군대 전역하던 날 꼭 밥 먹자고 약속한 중대장을 만나니 오랜만에 외치는 “충성” 경례도 어색하지 않 부가세신고 다.
 ◇‘밥 약속’으로 재해석한 신뢰



밥심으로 사는 한국인에게 “밥 한번 먹자”는 전통 인사다. 안부를 묻거나, 감사 인사를 하거나 심지어 이성에게 관심을 표할 때도 “식사 한 끼 합시다” 한마디면 된다.
요즘엔 으레 건네는 인사치레로 다소 보증금대출 의미가 퇴색됐다지만 기억 한쪽에 쌓아둔 기약 없는 밥 약속은 종종 지친 삶의 활력소가 된다. 현실은 일과 육아에 치이는 30대 가장이라 어린 딸에게 젖병을 물리며 “밥 먹자”고 하는 게 전부지만, 살다 보면 언젠가 ‘밥 한 끼’ 모임을 통해 한바탕 웃을 날이 올 것이란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현대캐피탈군인대출 배주형 감독


정지현·배주형 감독이 ‘제11회 신한 29초영화제’에 출품한 러닝타임 29초짜리 초단편 영화 ‘밥 한 번’의 내용이다. 이 작품은 26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 다산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일반부 대상을 받았다.
밥으로 시작하는 인사를 통해 각박한 모던하우스 현대사회에서 한국인 특유의 정과 유대를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영상에서 촬영을 담당한 배주형 감독은 “직접 배우로 나선 정지현 감독과 각본부터 촬영까지 둘이서 모든 작업을 마쳤다”며 “29초라는 초단편 포맷에 맞춰 군더더기 없이 영상의 순도를 높이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영화제는 신한금융그룹 일반상환학자금 과 한국경제신문사가 공동 주최하고 29초영화제 사무국이 주관했다. 대중에게 낯설고 어려운 개념인 금융을 더욱 쉽게 풀어내기 위해 2015년 시작한 영화제는 신진 영화인의 등용문으로 자리 잡았다.
올해는 ‘영화 같은 모임 이야기’를 주제로 한 다양한 이야기가 쏟아졌다. 지난 4월 11일부터 5월 28일까지 이뤄진 공모에선 일반부 666편, 청소년부 227편, 메이킹 필름 94편 등 총 987편이 접수됐다. 이 중 일반부 5편, 청소년부 5편 등 총 10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숏폼’ 트렌드에 맞는 영화제



최유혁 감독


청소년부 대상은 ‘두 필름 속, 모임이란 영화’라는 제목의 작품을 선보인 최유혁 감독이 받았다. 삶을 하나의 필름으로 상정한 최 감독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순간, 하나의 영화가 만들어진다는 메시지를 섬세한 카메라 워크로 담아냈다.
최 감독은 “예기치 않게 29초영화제에서 큰 상을 받게 돼 영상 콘텐츠 제작에 큰 동기부여가 됐다”며 “영화감독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일반부 최우수상은 남민재 감독의 작품 ‘아빠의 입금’에 돌아갔다. 표현은 서툴러도 가족 여행이라는 모임을 위해 매번 뜻밖의 입금으로 마음을 쌓는 아빠 이야기로 가족의 의미를 되새겼다. 이날 시상식에선 일반부 대상 1300만원을 포함해 총 3400만원의 상금과 상품, 상패가 수상자들에게 주어졌다. 시상은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과 김정호 한국경제신문 사장 등이 맡았다. 시상식엔 수상자를 비롯해 영화제에 출품한 감독과 수상자 가족, 친구 등이 모여 축제 분위기를 더했다. 29초영화제가 최근 영상 패러다임인 ‘숏폼’ 트렌드에 부합하는 만큼 수상작 상영에 관심이 높았다.
유승목 기자 m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