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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끝을 보여서 너무 그러니?19일 오전 원주 뮤지엄 산 경내에서 공개된 앤터니 곰리와 안도 다다오의 협업 작품공간 ‘그라운드’의 내부. 고대 로마 건축물 판테온처럼 천장에 하늘이 보이는 원형 구멍이 뚫렸고 전면에 원주 산야가 보이는 반원형의 출구와 마당을 틔웠다. 내외부 곳곳에는 금속블록을 조합해 앉고 눕고 쪼그리고 서 있는 인간의 각기 다른 자세들을 표현한 7개의 조형물이 놓여 있다. 뮤지엄 산 제공


“오늘 이 작품을 처음 완성해주신 분이 바로 여러분입니다. 관람자와 작품이 나뉘지 않고 모두 하나의 공간 안에 일부분이 되는 마법 같은 경험을 했어요. 생명과 자연 공간이 어우러지는 과정에 모두 동참하신 겁니다.”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조각 거장으로 추앙받는 대출50만원 영국 작가 앤터니 곰리(75)는 한국에선 처음으로 강원도 원주 뮤지엄 산에 신작 공간 ‘그라운드’를 세운 의미를 이야기했다. 19일 오전 이곳에서 춤꾼 홍신자와 생황 연주자 김효영이 곰리의 조형물을 사이에 두고 퍼포먼스를 벌인 직후였다. 서 있는 인체 모양의 철블록 조형물 앞에서 두 사람은 연주와 몸짓에 몰입하면서도 관객 손을 잡고 퍼포먼스 현장에 동참하라 전세자금안심대출 고 이끌었다. 공연 직후 취재진에 둘러싸인 곰리는 감개무량해했다. 2013년 일본 건축 거장 안도 다다오의 설계로 들어선 뮤지엄 산에 역시 안도와의 협업으로 건축·조각·자연이 하나로 어우러진 공감각적 체험 공간이 들어선 데 대해 만족감을 표시했다.



19일 오전 원주 뮤지엄 대출금액계산기 산 경내에서 공개된 앤터니 곰리와 안도 다다오의 협업 작품공간 ‘그라운드’의 공연 현장. 원로 춤꾼 홍신자씨(가운데 흰옷 입은 사람)와 생황 연주자 김효영씨(왼쪽 악기 부는 사람)가 앤터니 곰리의 조형물을 사이에 두고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오른쪽 트인 출구로는 원주의 드넓은 산야가 눈에 들어온다. 노형석 기자


이자율상한 이날 공개된 ‘그라운드’ 내부는 지상 입구에서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서 만날 수 있었다. 고대 로마 건축물 판테온처럼 천장에 하늘이 보이는 원형 구멍이 뚫렸고, 직경 25m, 천고 7.2m 규모의 동굴 같은 반구형 얼개의 공간이 펼쳐진다. 전면에 원주 산야가 보이는 반원형 출구와 마당을 틔웠다. 내외부 곳곳에는 금속 블록을 조합해 앉고 눕고 전부원가계산 쪼그리고 서 있는 인간의 각기 다른 자세를 표현한 7개의 철제 인체 모양 조형물이 놓여 있었다. 판테온의 약 4분의 3 규모에 해당하는 이 공간은 조각과 건축이 하나로 결합된 ‘장소 특정적 예술’ 구실을 하게 된다고 한다.
“제 평생 처음으로 작품이 전시될 공간과 작품이 함께 성장하는 경험을 할 수 있었어요. 안도 다다오는 건축물은 반드시 땅 위에 서야 한다는 통념에서 벗어나 땅과 건축물의 상관관계에 깊이 천착한 건축가입니다. 그와 공간을 구상하며 판테온에서 영감을 받았고, 그만큼 놀라운 영감을 줄 수 있는 공간을 탄생시키고자 했어요. 7점의 조각을 만들었다기보다는 정지된, 고요한 일곱 공간을 만들어 관람자가 자신의 시간과 공간 안에서 몸에 대해, 자기 자신에 대해 사유하고 명상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19일 오전 조각 거장 앤터니 곰리가 원주 뮤지엄 산에 최근 지어진 자신의 작품 공간 ‘그라운드’에서 취재진에게 설치 과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노형석 기자


그는 “몸을 이상화한 형상 등으로 작업을 생각하기보다는 이 공간 속에서 제 작업이나 관객들의 몸 자체가 하나의 장소, 우리가 머무를 수 있는 장소로 보고 작업했다”고 털어놓았다. 뒤이어 뮤지엄 산 본관으로 장소를 옮겨 열린 취재진과의 간담회에서 자신의 근작과 조각의 정체성 등에 대해 열정적인 지론을 펼쳐나갔다.
공간 설치 성격의 ‘그라운드’와 별개로 뮤지엄 산 본관의 청조갤러리에서는 역대 최대 규모의 국내 개인전도 개막한다. 조각 7점, 드로잉·판화 40점, 설치 작품 1점 등 48점을 선보이는 개인전에서는 오랜 시간 천착한 조각과 공간, 신체의 관계를 보여주는 신작들을 볼 수 있다. 1관에서는 기포처럼 유동적인 인체 형상 ‘리미널 필드’ 연작을, 2관에서는 인간 내면의 감각을 그린 드로잉 연작들을, 3관에서는 우주의 궤도를 형상화한 대형 설치 작업 ‘오르빗 필드 II’를 만나게 된다. 특히 ‘리미널 필드’라는 제목 뜻대로 경계의 영역을 다룬 인간 형상 조각들은 가벼운 금속선으로 만들어져 공기 방울처럼 흔들리고 유동하면서 인간의 몸과 공간의 연관성을 성찰하게 한다.



뮤지엄 산의 청조갤러리 1관 개인전 전시장에서 선보이고 있는 앤터니 곰리의 인간 조형물 연작 ‘리미널 필드’. 제목의 뜻대로 경계의 영역을 다룬 이 인간 형상 조각들은 가벼운 금속선으로 만들어져 공기 방울처럼 흔들리고 유동하면서 인간의 몸과 공간의 연관성을 성찰하게 한다. 노형석 기자


런던 출신으로 1970년대부터 인간의 몸을 중심에 둔 조각을 실천해온 곰리는 조형 언어의 전통적 개념을 새롭게 정의해왔다. 초기 작업에서 자신의 몸을 석고로 캐스팅하는 방식으로 조형물을 만들었다. 이후 인체의 구조와 존재 조건에 대한 물리적·철학적 탐구를 통해 점차 비물질적 추상적 형태의 조각으로 작업을 넓혀왔다. 간담회장에서는 난처한 질문도 나왔다. 디지털 시대 개념적 작업이 횡행하는데 조각은 갈수록 묵은 장르로 침체되는 상황에서 조각의 미래를 어떻게 보는가라는 물음을 접하자 그는 명쾌하게 말했다.
“조각은 손으로 직접 만져보고 물리적으로 누릴 수 있는 경험으로의 가장 중요한 초대라고 생각합니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화면에 완전히 빠져 있고 디바이스(전자장비)의 종이 된 상태로 살고 있어요. 조각이야말로 직접 만지는 실질적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주고, 우리의 몸과 바람직한 관계를 맺게 해주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19일 오전 뮤지엄 산 본관에서 열린 취재진과의 간담회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앤터니 곰리. 자신의 근작과 조각의 정체성 등에 대해 열정적인 지론을 펼쳐나갔다. 노형석 기자


20일 개막하는 곰리의 개인전 ‘드로잉 온 스페이스’는 11월30일까지 열리며, ‘그라운드’는 상설 전시된다.
원주/노형석 기자 nu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