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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경찰이 있었다. 아무리 작은 민원이어도 귀찮다 여기지 않았다. 순찰 중 발견한 유기견에게도 손길을 내밀었다. 누군가에게 인정받길 바라서가 아니었다. ‘국민의 안전’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 타고난 성실함의 결과였다. 순경부터 경정까지 33년, 고 김명원(사망 당시 61세) 씨가 받은 표창만 해도 대통령 표창 2회 포함, 44차례에 달한다. 하지만 정년퇴임을 1년 반 앞둔 시점, 돌연 암 진단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치열하게 투병했지만, 결국 지난 1월 영원한 안식에 들었다.
고 김 경정의 헌신은 이제 또 다른 방식으로 이어진다. 13일 초 재밌는생활의지혜 록우산에 따르면 김 경정의 영면 이후 그의 아내 김영진(60) 씨는 남편 ‘김명원’의 이름으로 1000만 원을 ‘추모 기부’했다. 경북 구미지역 자립준비 청년 3명을 지원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아내 김 씨는 김 경정의 장례식장에서 초록우산 직원인 조카가 해준 ‘추모 기부’ 얘기가 마음에 남아 후원을 결심하게 됐다고 한다. 김 씨는 “유산을 정리하면서 남편 별내 쌍용예가 이름으로 기부를 하는 것이 그의 뜻을 기리는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돼, 큰 용기를 내 실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경정은 생전 ‘경찰’이라는 자신의 직업에 그 누구보다도 자부심을 가졌다고 한다. 아내 김 씨는 “남편은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데 삶 전부를 바쳤다”고 떠올렸다. “민원이 들어올 때면 불편함을 해소해드리려 새마을금고 합격자소서 애썼고, 늘 봉사하는 마음으로 사람들을 대해 주변에선 항상 ‘참 좋은 사람’이라 칭찬했어요. 특히 법정 스님의 무소유 정신을 깊이 존경했습니다. 가진 것을 나누는 삶의 가치를 실천하기 위해 지역사회복지관에 꾸준히 기부를 해왔어요.”
그의 헌신은 가장 먼저 동료들이 인정했다. 모두가 “믿음직한 경찰, 존경할 수 있는 동료”라고 입을 모았다 생태1등급 . 대통령 표창을 두 번이나 받을 정도로 국가적으로도 인정받았다. 그렇게 정년을 앞둔 그는 제2의 인생을 꿈꿨다고 한다. 명예롭게 퇴직한 후 편안하게 여생을 보내는 것. 소박한 꿈이었다. 암 진단은 갑작스러웠다. 아내 김 씨는 “1년 반이라는 투병생활 끝에 너무나 갑자기 가족의 곁을 떠났다”며 “조금만 더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면, 남편이 그토록 신한은행 대출금리 바라던 ‘평범한 행복’을 누릴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가슴이 먹먹해질 때가 많다”고 말했다.
김 경정이 지난해 3월 아내 김영진 씨와 전남 담양군 한 카페에서 차를 즐기는 모습. 초록우산 제공
남편의 꿈은 이제 자립 청소년들의 행복을 지원하는 데 쓰인다. 아내 김 씨는 “남편이 보여준 강한 의지와 굳건한 정신처럼, 아이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오랫동안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작은 보탬이라도 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이어 “남편은 숱한 어려움 속에서도 꿋꿋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갔다”며 “아이들도 삶의 풍파 속에서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함께 지지하고 응원하고 싶다”고 힘줘 말했다.
남편의 유산을 선뜻 기부하기로 결심한 아내 김 씨에게 나눔이란 어떤 의미일까. 그는 “이 세상 모든 살아있는 사람들이 행복하길, 고통에서 벗어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정의했다. 김 씨는 “단 한 사람이라도 힘든 상황에 놓여 있다면, 더 가진 사람들이 기꺼이 나눔을 실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오래전부터 여러 곳에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데, 작은 나눔이 누군가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실감할 때면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추모 기부’에 참여하길 주저하는 이들에게 “나눔이 오히려 더 큰 기쁨과 평안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언젠가 우리 모두는 이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그 순간에는 어떤 물질적인 것도 가져갈 수 없어요. 잠시 머무르는 세상, 어려운 이웃들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민다면, 또 우리가 가진 욕심을 조금씩 내려놓고 함께 행복한 길을 찾아 나선다면 더욱 풍요로운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을 거예요. 그 나눔은 곧 고인의 삶을 더욱 아름답게 기억하고 기리는 뜻깊은 일이 될 겁니다. 남편도 이 마음을 알아주고 흐뭇해하리라 믿어요.”
문화일보 - 초록우산 공동기획
김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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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 초록우산 공동기획
김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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