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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향제 사업을 하는 김나라 대표(가명·50대)는 12년 전 친구를 잃었다. 행사장 안 매점에서 홀로 일하던 친구는 자기 상사 등 2명으로부터 납치당했고 경기 군포시에서 충북 단양으로 끌려가 둔기에 맞아 사망했다. 이 사건으로 트라우마를 갖게 된 김 대표는 늦은 밤 혼자 업장에 남아 있을 때 블라인드를 내리고 문을 잠그는 습관이 생겼다.
여성 소상공인을 상대로 한 범죄가 끊이질 않고 있다. 살인·폭행 등 강력 범죄뿐 아니라 성추행과 스토킹 등 성범죄에도 노출된다.
20일 경기남부경찰청에 따르면 살인 월세담보대출 등 혐의를 받는 차철남(57)은 전날 오전 경기 시흥시 정왕동 한 편의점에서 60대 점주를 흉기로 찌르고 달아났다. 편의점 여성 점주는 목과 안면부에 중상을 입어 현재 위독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엔 광주에서 식당을 운영하던 여성이 일면식 없던 50대 남성 손님에게 성추행당했다. 지난해 3월 전북 전주의 30대 미용실 원장은 학자금대출생활비지원 만삭 상태에서 전 남편 흉기에 찔려 숨졌다.
경기도 여성 자영업자 노동환경 실태조사(경기도여성가족재단, 2024)에 따르면 경기도 여성 자영업자(1169명) 중 60여명이 재산상 피해(절도, 사기, 횡령 등)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기타 범죄유형별 피해 사례는 △언어 폭력 180명 △신체 폭력 21명 △성적 폭력 21명으로 집계됐다. 매매대금 53명 정도는 주변 여성 자영업자들이 여성 폭력 범죄 피해를 보는 것을 목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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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도착 시간에만 문 열어"…불안한 여성 경제활동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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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기준법 연차휴가





경기도 여성 자영업자 범죄 피해 현황./시각물=최헌정 디자인 기자.



김 대표는 과거 12년간 학원을 운영했을 때 늦은 시간까지 교재 연구를 위해 혼자 제2금융권적금 학원에 남아있으면서 보안에 늘 신경을 썼다고 한다. 사업을 시작하면서는 거래처 등을 만날 때 조심하고 있다.

김 대표는 "열악한 상가에 들어가게 되면 (보안 장비가 미비한 경우) 진짜 문제가 된다"며 "상가 건물에서 누군가 옆 호실에 있다는 상상만 해도 무서울 때가 있다. 바람 때문에 문이 덜컥 거릴 때도 있는데 그럴 때도 흠칫 놀란다"고 말했다.
10년 동안 경남에서 뷰티샵을 운영하는 임모씨(30대)는 최근 발생하고 있는 흉기 난동 등 이상 동기 범죄 소식을 접할 때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느낀다고 답했다. 임씨는 "아직 그런 경험을 한 적은 없지만, 간혹 늦게 퇴근했을 때 주취자나 흡연자가 (가게 앞에) 있을 때 놀랄 때가 있다"며 "왁싱숍 하는 지인은 커튼을 내리고 문까지 잠가 놓고 있다가 손님 도착 시간에 맞춰서만 문을 열어준다고 한다. 대부분 1인 왁싱숍은 문을 잠가 놓는 상태"라고 했다.
여성 자영업자들은 범죄 피해를 막기 위해 각기 다른 방식으로 대처하고 있었다. 경기도여성가족재단에 따르면 응답자 1169명 중 과반이 CC(폐쇄회로)TV, 출입 통제시스템 등을 설치했고 31%는 가급적 늦은 시간까지 영업하지 않는다고 했다. 급할 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이웃 업체 등과 가깝게 지내거나 상인회 등 지역 활동에 참여하는 것도 방법의 하나로 거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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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안전 문제는 빈곤과 연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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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상공인을 위해 관계 당국에서는 여러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해 1인 점포를 대상으로 경찰신고가 바로 가능한 안심 경광등을 지원했다. 신청 접수 이틀 만에 조기 마감됐고 지원자 중 90%가 여성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여성 자영업자가 범죄에 대한 취약성을 더 크게 느끼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제21대 대통령 선거에서도 관련 공약이 언급됐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10대 공약에서 경찰청 연계 안심콜을 의무화해서 여성 소상공인 안전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여성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폭력이 빈곤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고 설명했다. 허 조사관은 "안전 문제로 자영업자의 경제 활동이 위축되면 개인적으로 빈곤해지는 것도 문제지만 부양가족, 더 나아가선 그 사회 경제에 악영향을 주게 된다"고 했다.
또 경제적 지원에 국한된 소상공인 정책뿐만 아니라 안전에 대한 해결책도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허 조사관은 "사업자 안전 등에 대한 논의는 변방에 머물러 있는 게 사실"이라며 "매출을 높이려면 적극적인 활동이 가능하게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민수정 기자 crystal@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