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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타유의 책은 1933년 전 유럽이 파시즘으로 물들 때 작성되었다. 우리는 독일만 파시즘적 광풍에 휩싸였다고 생각하지만 파시즘의 경우 거의 모든 선진국 실업급여 가가 비슷한 처지였다. 파시즘의 이해가 그에게는 학문적 관심 이상의 것이었다. 바타유는 사회를 분석하는 개념 틀로 '동질성'과 '이질성'에 주목한다. 동질성은 쓸모, 즉 유용성의 원리를 따르는 것이다. 사회는 상당한 수준의 동질성에 근거해서야만 안정적으로 유지된다. 이질성은 동질성으로 포섭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동질성은 평화로운 법질서, 안정적 정치, 고용주가 직원에게 보내는 해고통보 메일을 의미하는 용어 상호간의 화평 등을 상징하고 이질성은 사회적 합리성의 빛이 비춰지지 않는 종교, 광기, 폭력, 인간적 에너지의 폭발 등을 의미한다. 근대 과학의 등장 이후 인간 사회는 '동질성'을 주로 강화해왔다. 가령 과학은 언제 어디서든 불편부당한 동질성의 기반 위에서만 성립한다. 자본주의는 인간에게 이익추구가 최우선의 과제로 모두에게 동질적으로 받아들여질 때 질주할 교육과학기술부 수 있었다. 그러나 인간의 심리 밑바닥에는 동질성만이 아니라 합리성이 포섭하는데 실패한 이질성이 강하게 자리잡고 있다.
사회의 확실한 주류가 된 동질성은 경제의 급속한 발달로 위태로운 상황에 놓이게 된다. 전근대 시기 사회의 분화는 심하지 않았다. 사람들 간의 격차도 일부 특권 계급을 제외한다면 고만고만했다. 하지만 자본주의가 발전함에 따 수원직장인밴드 라 동질성은 훼손된다. 바타유의 말이다. "사회의 동질성은 근본적으로 생산체계의 동질성에 의존한다. 따라서 경제생활이 발달함에 따라 발생하는 각 모순은 동질적 사회의 존재가 분열되는 경향을 초래한다."(상기 책 인용, 인용 미 기재시 동일) 경제 발전이 분업을 촉진하며 결국 유기적 연대를 촉발한다고 주장한 사회학자 뒤르켐과는 전혀 다른 해석이다.
국민은행 대출이율 동질성의 붕괴만으로는 파시즘적 맹아인 사회적 열광으로 전변하지 않는다. 동질성의 붕괴는 고립감과 우울감을 증폭시키지만 파시즘적 심리 상태로 곧장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동질성의 붕괴는 체제 바깥의 반사회적 요소인 이질성과 접합되고 나서야 열광으로 전변한다. "이미 존재하는 이질적 형성물들과 합류하는 순간부터 그것들은 이 이질적 요소들로부터 새로운 특성을, 즉 이질성의 일반적인 적극적 특성을 얻는다." 사회에 유대감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그대로 파시스트가 되지는 않는다. 이들은 은둔 청년으로 머무를 뿐이다. 이들에게 선을 넘을 계기가 등장한다. 국가기관의 공작, 빨갱이척살을 주장하는 극우개신교, 극우적 종편패널의 공공연한 활동은 극우화되어도 좋다는 일종의 시그널이었다. 민주사회의 동질적 시민이 되지 못했던 이들의 불온성은 급진성으로 미화되어 청년들을 끌어모았다. 이제 이들은 본격적으로 청년들을 극우화의 트랙위에 올라태웠다.
전근대 시기부터 인간은 사회의 이질적 요소에 매혹당하곤 했다. 이질적 요소에는 인간 행동에 붙어 있는 마법적 힘인 '마나'(mana), 주술뿐만이 아니라 빈곤층, 미치광이, 과잉 등 사회가 동질적 요소로 소화하기 어려운 요소들이 있다. 동질적 현실은 추상적, 중립적, 합리적인 특징을 띤다. 반면 이질적 현실은 힘이나 충격의 현실이다. 이질성에 매혹당하는 군중은 정부 정책의 합리성보다는 그런 막장인 정책을 밀어붙이는 정치인의 '무대포'에 끌린다. 의사 2000명 증원이라는 희대의 정책 실패에도, 마약 사건 무마 의혹에도 지지가 괴멸되지 않았던 이유다. 지지자들은 무의식적 수준에서 합법과 위법의 경계를 넘어설듯한 그 미묘한 '악마성'에 매혹되었던 것이다.
사회의 이질적 요소는 합리성이 포섭·동질화하지 못한 잔여물이다. 이질성은 합리성 등장 이전의 원시적 사고다. 바타유는 이질성을 이렇게 정의한다. "이질적 존재는 일상생활에 비해 완전히 다른 것으로, 통약 불가능한 것으로 표현될 수 있다." 즉 우리의 합리성으로 그들의 이질성을 포섭·통합해내기란 매우 어려운 과제라는 의미다. 쉬운 말로 합리적 설득은 '씨알도 안 먹힌다'는 의미다.
이질성은 배제된 것이지만 혐오와 매혹의 대상이다. 혐오하지만 금기의 것이 깨질 수 있다는 쾌감도 있다. 파시스트 지도자들은 논쟁의 여지없이 이질적 존재에 속한다. 동질성과 합리성에 숨이 막히는 현실 속에서 법을 거침없이 위반하는 지도자를 보면서 대중의 이질성, 즉 '나쁜 마음'은 꿈틀댄다. 초고도의 집중된 권위, 즉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려는 지도자의 권위는 결코 합리성의 산물일 수 없다. 합리성이 작동하는 동질성 내부에서는 파시스트 지도자가 나오기 어렵다. 법을 거침없이 위반하고 폭력적 선동을 들먹이는 합리성이 사라진 그 이질성이 작동한 결과가 파시스트 지도자들의 등장이다. 이질성에 대한 매혹 때문에 지도자들의 객관적 못남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은 정서적으로 교감한다.
타자를 나의 욕구 나의 바람에 종속시키려는 '명령적 주권'은 가학성을 띤다. 명령적 주권은 파시즘 체제에서 지도자가 행사하는 '복종을 요구하는 명령'을 의미한다. 파시즘적 권위에 대해 바타유는 이렇게 설명한다. "이 형태 안에서는 잔인한 경향과 모든 지배가 갖는 특징인 질서를 실현하고 이상화하려는 욕구가 지나칠 정도로 표면화된다. (중략) 억압받는 자들의 비참한 존재와 대립되는 정치적(명령적) 주권은 무엇보다 명백하게 분화된 가학적인 활동으로 나타난다." "명령적 심급의 파괴적 정념(사디즘)은 낯선 집단이든 빈곤층이든, 원리상 오로지 동질성에 적대적인 외적이거나 내적인 요소 전체에 반한다." 극우 청년 일부가 세월호유족들의 호소에, 장애인의 절규에 적의를 드러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회 속에서 주변부적 이질성을 가진 사람들이 오히려 동질성에 대해 더욱 열광적으로 집착한다. 이질성의 지도자에 더 큰 정서적 교감을 갖는 이질성의 군중들은 정작 타자들의 이질성을 경멸하고 조롱한다. 정작 자신들의 이질성에 대해서는 인식하지 못한 채. 이질성을 동질성의 사회를 교란하는 것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바타유는 파시즘을 이질성의 주권적 형태라 정의한다. 사회 내부에서 해소되지 못한 어두움이 강력한 힘으로 등장했다는 의미다. 최근 파시즘적 경향을 보이고 있는 우리 사회의 '이질성'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박구용의 말처럼 청년 예술가에 대한 대대적 지원으로 상황이 나아질까? 그 역시 뾰족한 방안을 찾지 못해서 내놓은 제안일 것이다. 고려해 볼 만한 방안을 바타유의 또 다른 책 <저주받은 몫>(최정우 옮김, 문학동네 펴냄)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책에서 바타유는 '일반경제학'을 구축하려 시도한다. 우리가 기존에 알던 경제는 '제한경제'다. 제한경제는 효율성을 통해 이익의 극대화를 목표로 한다. 제한경제 즉 우리가 아는 기존의 경제학은 이렇게 말한다. 생산이 극대화되면 이익도 극대화되고 개인의 삶도 극적으로 향상된다. 효율적 개인은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영위할 수 있게 된다. 진짜 그럴까? 전혀 그렇지 않음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삶의 영역에서 물질적 생산과 이익, 자본의 축적이 삶의 전부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삶은 좁은 의미의 효율성을 넘어서는 영역에 존재한다. 이 영역을 바라보아야만 삶의 총체성을 알 수 있다. 이 총체성을 다루는 학문이 그의 '일반경제학'이다. 때로는 합리적 축적보다 언뜻 보기에 비합리적인 소모, 소비, 탕진해버리는 행위가 사회를 더욱 건강하게 만든다는 주장이다.
멕시코 아즈텍 문명의 희생제의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희생제의에 사용되는 제물은 전쟁포로들이었다. 만약 합리성만을 염두에 둔다면 포로들의 노동력을 활용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훨씬 유용했을 터이다. 유용하지 않은 희생이었지만 당시의 사회 전체를 고려한다면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거대한 희생제의를 통해서 사람들은 '속'과 '성'을 넘나드는 열광을 체험하게 된다. 희생제의는 아즈텍인들에게 죽음과 폭력을 접촉하게 만들었다. 이런 죽음의 언저리에는 늘 성스러움이 드리운다. "희생제의는 노예적 사용이 속되게 만들어 타락시킨 것을 다시 성스러운 세계로 돌려놓는다."(<저주받은 몫>에서 인용) 죽음과 대면함으로써 '속'에 물든 사람들은 '성'의 세계로 들어가게 된다. 카톨릭 교회에서 신자들은 예수의 살과 피를 의미하는 영성체를 나누며 공동체의 소속감을 높인다. 똑같이 아즈텍인들도 희생제물의 살을 먹으면서 '성스러움'과 결속감을 느꼈다. <저주받은 몫>의 역자인 최정우는 친절하게 '역주'에서 영성체 communion은 공동체 community, 소통 communication과 연결된다는 것을 설명해둔다.
인간은 '합리성'을 기반으로 거대한 문명을 쌓아올렸다. 그러나 우리가 기대어온 그 '합리성'이란 절반의 합리성에 불과하다. 사회 속 개인은 산업 사회의 노예로 살아갈 운명이다. 전쟁도 기아도 거의 없는 21세기에 우리의 에너지는 축적되기만 한다. 과잉 에너지의 출구가 막힌 청년들은 극우나 신천지 등 이질성에 곁눈질한다. 이질적이고 파괴적이기에 더욱 매혹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과잉 에너지를 어디에서 소진해야 할까? 사회주의는 계몽주의의 적자다. 인간의 이성과 합리성을 신뢰하면 그 끝은 사회주의로 향하게 된다. 마르크스가 자본주의를 일정 부분 긍정한 이유다. 사회주의 국가가 성립했다. 그런데 그 국가들의 체제가 많은 경우 개인숭배와 대중동원으로 귀결되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필자가 오랜 시간 궁금해했던 이 궁금증을 바타유는 해석해준다. 대중의 과잉 에너지를 건설적으로 해소하지 않으면 사회는 위험해진다. 합리성의 끝판왕이었던 사회주의 국가들이 개인숭배와 대중동원을 유지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우리에겐 숭배해도 좋을 만한 불세출의 지도자가 두 사람이나 있다. 김대중과 노무현이다. 김대중과 노무현은 모두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었다. 그 죽음의 언저리가 인간에게 부여하는 감정은 '성스러움'이다 성스러움을 함께 체험하는 사람들이 '공동체'(community)를 이룬다. 소속감을 느낄 때 인간은 서로에게 관대해진다. 김대중, 노무현을 우상화하는 축제를 만들고 이벤트를 만들고 거리에서 행진하는 일이 모두의 축제가 된다면 어떨까? 필자만의 망상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이유의 음악이든 필자의 몽상가적 제안이든 이 시점에서 무엇인가 필요하다는 점은 분명하다.

(조르주 바타유 지음, 김우리 옮김, 장원 펴냄). ⓒ장원"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6/21/pressian/20250621192031019whch.jpg" data-org-width="458" dmcf-mid="3ZAtoIWASQ"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6/21/pressian/20250621192031019whch.jpg" width="658">

▲ <파시즘의 심리구조> (조르주 바타유 지음, 김우리 옮김, 장원 펴냄). ⓒ장원



[김창훈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