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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은 "우리가 지금과 같은 기세로 몇 해 동안 잘 투쟁하면 얼마든지 우리 손으로 우리 생활을 눈에 띄게 개변할 수 있다"며 "반드시 이 나라를 더욱 풍요하고 아름답게 가꾸고 세상에서 제일 훌륭한 사회주의 낙원으로 일떠세울(건설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북한 경제의 회복세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국제사회의 제재가 무색하게도 최근 몇 년간 북한 경제가 성장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인데, 과연 북한 경제 상황은 화이트사탕체 어떨까요?
KBS가 위성 화면 분석 등을 통해 북한 경제 실상을 들여다봤습니다.
[연관 기사]6개월 만에 마천루 완성…건설업 주도에 ‘우크라 특수’로 내수 활성화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375686새 건물 짓고 컨테이너 옮기고…북중 세관 ‘분주’https:// 디딤돌대출 금리 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376157텅 빈 원산갈마 관광지구…협상 카드 될까?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8376792



■ 북한 GNI는 우리나라의 58분의 1 수준…재작년부 상한갈대꺽지않으시는 터 경제는 성장세
지난해 북한의 국민총소득(명목 GNI)는 44.4조 원으로 우리나라의 58분의 1 수준입니다. 지난해 대외교역 규모는 27억 달러 수준에 불과하며, 주로 가발과 시계 등을 수출했습니다.
북한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때문에 유류 수입이나 노동자 파견 등이 다 막혀 있어서 자신들의 경제 성장에 생애최초주택구입자금 한계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북한 경제는 최근 몇 년 동안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북한 경제는 코로나가 터진 2020년부터 계속 마이너스를 보이다가 2023년 3.1% 성장했고 지난해에는 3.7% 성장했습니다. 2016년 이후 8년 만에 최고치였습니다.
경제 성장을 이끈 건 건설업이었습니다. 매스티지카드 북한의 건설업은 2023년 8.2%, 2024년 12.3% 성장했습니다. 북한이 경제개발 5개년 계획으로 평양에 5만세대 살림집을 세우는 사업 등을 진행한 게 건설업 활황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입니다.
지난달 김정은 위원장은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3차회의에서 "수도에 5만 세대의 살림집들을 일떠세우는 방대한 사업이 당초의 계획을 훨씬 능가하여 활력있게 추진되고있는 속에 화성지구 4단계 건설이 공정 계획대로 잘 나가고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북한 화성지구 4단계 공사현장. 골조 공사가 완성됐고 40~50층 건물도 눈에 띈다.


KBS가 위성으로 평양 화성지구 4단계 공사 현장을 들여다봤습니다. 2월에 착공하고 3월에 기초 공사가 진행되더니 반년 만에 완료됐습니다. 40~50층짜리 마천루도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이대로라면 김정은 위원장의 말대로 내년 초에 완공될 것으로 보입니다. 빠르게 공사가 진행되면서 부실 공사가 될 수도 있지만, 적어도 겉으로만 보면 무리가 없어보입니다.



3월 10일 평양 화성지구 200만톤 공사 현장. 기초 공사가 진행 중이다.






9월 10일 평양 화성지구 4단계 공사 현장. 6개월 만에 골조 공사가 완성된 모습.


최대식 LH토지주택연구원 연구위원은 "살림집을 평양에만 건설하는 것이 아니고 농촌에 대해서도 매년 수만 세대씩 건설하고 있는데, 이게 건설 경기를 일으키고 있다"면서 "경제개발 5개년 계획 이전에는 시멘트 생산량이 200만톤 정도였는데 2021년 이후엔 200만톤 이상이 더 늘어난 800만 톤이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최 위원은 "건설 산업을 일으켜서 북한 내부의 경제를 활성화하는 효과가 있다"며 "시멘트 뿐 아니라 자재들 이런 것들을 같이 생산을 해 줘야 되기 때문에 연계 효과가 크다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지난달 북중 국경 지역에서 판매되는 있는 북한 담배들 (출처 : 김형덕 한반도평화번영연구소 소장)


■ '건설업 활황'에 '우크라이나 특수' 타고 내수도 활성화 북한은 건설업 주도 성장에 지난해 러시아 파병에 따른 대가. 이른바 '우크라이나 특수'까지 더해지며 내수가 살아났다는 평가입니다.
김형덕 한반도평화번영연구소 소장은 최근 북중 접경 지역에서는 북한산 담배가 인기가 많다며, 5년 전만 해도 품질이 좋지 않아서 북한 담배는 기념품에 불과했는데, 이제는 중국인들이 찾아서 피우는 상품이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지난달 중국 단둥을 찾았을 때 중국 상인들이 30갑씩 사가는 모습도 봤다며, 북한 내부에서 품질 혁신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김 소장은 "내부 소식통에게 들었을 때, 일단 북한에 굶주린 사람은 거의 없어졌다고 한다"며 "쌀밥을 먹느냐, 옥수수밥을 먹느냐의 차이일 뿐 못 먹는 사람은 없다는 뜻"이라고 밝혔습니다.
김 소장은 또 "북한이 러시아 파병으로 그동안 제재 때문에 부족했던 원유와 식량 문제가 해결된 거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러시아로부터 휘발유와 원유, 밀과 식량이 충분히 반입됐다는 겁니다.
김 소장은 또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함으로써 재래식 군대에 들어가는 비용을 오히려 줄이고 이 비용을 민수 부분으로 돌린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중국 취안허 세관


■ 김정은 방중 이후 중국과의 교역도 활발…북중 세관 '분주'지난달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중국 전승절 참석한 이후 중국과 북한의 교류도 더 활발해지는 분위기입니다.
KBS가 북중 세관들을 위성으로 들여다봤더니 눈에 띄는 변화가 있었습니다. 북한 무산세관과 접한 중국 난핑세관의 경우 세관 옆 공터에서 올 들어 공사가 시작되더니, 지난달 말 건물 몇 동이 완공됐고, 바닥 포장도 거의 마쳤습니다. 차량 행렬이 꼬리를 물고 오가는 모습도 포착됐습니다. 향후 교역 확대에 대비해 중국 측이 세관 인근에 창고 용도의 부지를 새로 조성한 거로 분석됩니다.
중국 훈춘의 취안허 세관에서도 새로운 움직임이 포착됐습니다. 아무것도 없던 부지에 지난 5월쯤 공사가 본격화되더니, 건물 한 동이 새로 들어섰습니다. 10년 넘게 방치돼 있던 신압록강대교도 최근 개통 준비가 한창입니다. 여름 이후 북한 측 세관 부지의 건물 공사도 속도를 내고 있고, 공사 부지도 확대됐습니다.
또 인근에는 지난 5월 건물 3개동이 착공돼 일부 골조 공사가 완료됐는데, 국경 출입 관리 등에 활용될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 난핑 세관


이러한 움직임을 반영하듯 올 들어 8월까지 북중 교역액은 약 16억 4,7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28%가량 증가했습니다. 김정은 위원장의 중국 전승절 방문을 계기로 북중 협력은 더 속도를 낼 거로 보입니다.



북한 원산갈마지구 주차장


■ 김정은의 회심작 '원산갈마지구'는 텅텅…'바게닝 칩' 될 수 있을까?
이렇게 중국과 러시아의 협조가 이어지고 북한 경제가 내수와 무역에서 모두 성장세를 보이면, 북한이 경제 지원과 비핵화 등을 맞바꾸는 협상에 응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북한이 남한과는 그 무엇도 도모하지 않겠다고 거듭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다만 경제 성과로 내세우며 올여름 문을 연 원산갈마관광지구는 사정이 좀 다릅니다. 북한은 이곳을 세계적인 휴양지로 만들어 외화도 벌어들이고 낙후된 이미지도 바꾸고 싶어했는데, 실상은 여름 성수기 이후 한산해진 모습입니다.
KBS가 위성으로 원산갈마지구를 들여다봤더니 8월 중순만 해도 주차장에 대형 버스와 차량이 가득했지만, 한 달이 지난 뒤, 텅 비어있는 모습이었습니다. 여름 성수기가 끝나자 내국인 단체 관광이 끝난 거로 보입니다.
러시아 위주의 외국인 관광은 개장 며칠 만에 중단했다 재개했지만, 모객이 쉽지 않은 거로 전해졌습니다.
열악한 교통 인프라와 가을에 급격히 떨어지는 수온 등이 걸림돌로 꼽힙니다. 특히 중국 관광객이 원산갈마로 갈 때 교통 편이 아주 열악한 상황으로 전해집니다.
10년 이상 공들인 역점 사업이지만 첫해부터 한계에 부딪힌 건데, 일각에선 남북 교류 재개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2만 명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을 방치하면 손해가 막대한 만큼, 193만 명이 찾았던 금강산 관광처럼 우리 정부가 검토 중인 개별 관광에 관심을 보일 수도 있다는 겁니다.
이백순 전 주호주대사는 "하나의 바게닝 칩(협상 카드)이 될 수 있다"며 "(원산갈마 지구가) 폐허로 들어간다, 본인의 치적에 치명적인 오점이 되기 때문에 김정은도 그런 방법에서 남북 관계를 또 생각해 볼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습니다.
최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금강산 관광을 주관하던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을 만나 원산갈마 지구를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개별관광은 신변 안전 대책 등 해결할 과제가 많습니다. 또 금강산 개발 때보다 대북제재가 더 촘촘해져서 사업을 진행하기 어려워진 측면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적대적 두 국가' 선언 이후 철저한 대남 단절에 나선 북한이 호응할 가능성도 여전히 낮습니다.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해안가 콘도'를 여러 차례 언급한 만큼, 북미 대화의 단초로 활용될 거란 전망도 있지만 이 역시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북한을 대화의 길에 들어서도록 이끌 유인책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고민은 더 깊어질 거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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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 기자 (kjkim@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