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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25일 중국 베이징 스차하이공원 안 호수에서 시민들이 낚시를 즐기고 있다. 베이징/이정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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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 차오양구의 차오양공원. 지난 9월25일 평일 오후 공원 안 호숫가에는 낚싯대를 드리운 사람들이 드문드문 세월을 낚고 있다. 그 사이사이 이색적인 장면이 눈에 들어온다. 2명의 청년은 함께 낚시하는 듯했지만, 그중 한명은 낚싯대가 아닌 노트북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30대 초반의 둥은 프리랜서로 디자인 관련 업무를 하고 있지만 요즘 일감이 넉넉지 않다며 “구직 사이트를 보고 있었다”고 했다. 집이나 카페에서 일이나 구직 활동을 하던 둥은 일주황금성게임랜드
일에 두번쯤 친구와 함께 이곳을 찾는다. 그는 “잡히지 않아도 괜찮다. 이곳에 있으면 마음이 편하다”고 말했다. 중국 관영 중앙텔레비전(CCTV)은 지난달 “도심 낚시를 즐기는 젊은이들이 뚜렷이 늘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낚싯대를 바라보며 숨을 고르는 청년들의 모습은 극도의 경쟁이라는 사회적·심리적 압력을 줄이기 위한 한 방편으로 보인다엠피씨 주식
. 이에 더해 더 많은 소유와 소비를 권장하는 현실을 적극적으로 거부하는 젊은이들도 늘고 있다.
‘신용카드 자르기’는 이런 현실을 보여준다. 중국 소셜미디어 샤오훙수 등에는 ‘카드 7장 중 6장 해지 후기’ ‘1장 신용카드로 살기’ 등의 게시글이 이어진다. 한 사용자는 “예전에는 8장이나 되는 카드를 들고 다녔지만 지금은 한두장만 남겼다.골드몽게임
나머지는 다 잘라내버렸다”고 적었다. 중국 경제매체 계면신문은 신용카드를 여러장 사용하던 청년들이 부채와 소비 압박을 피하기 위해 대부분을 해지하고 한두장만 남기는 현상을 전했다. 매체는 중국 평안은행, 교통은행 등 시중은행의 카드 발급 수가 지난 1년 사이 수백만장 감소했다고 전했다. 올해 상반기 14개 주요 은행의 신용카드 거래 규모도 지난해 같은 기일진머티리얼즈 주식
간보다 11% 이상 감소한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 소셜미디어(SNS) 샤오훙수에는 ‘일하는 척’하려는 사람들이 찾는 ‘가짜 사무실’ 홍보 게시글이 올라오고 있다. 샤오훙수 갈무리


이런 흐름 속에서 일상에서 최소한의 온라인 릴게임 사이트
소비와 적게 갖기를 지향하는 ‘돤서리’(断舍离)라는 개념이 중국에서 다시 회자되고 있다. 일본에서 유래해 2010년대 초 중국에서 유행했던 이 개념은 ‘불필요한 것을 끊고(断), 버리고(舍), 떠난다(离)’는 뜻을 갖고 있다.
경쟁·소비 압박에서 벗어나려는 중국 청년들의 움직임 밑바탕에는 구조적인 실업 위기가 깔려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8월 도시 지역 16~24살(학생 제외) 실업률이 18.9%로 7월보다 1.1%포인트 상승했다고 밝혔다. 중국은 청년 실업률이 2023년 6월 사상 최고치인 21.3%까지 오르자 통계 발표를 중단했다가 같은 해 12월 학생을 제외한 실업률을 발표하고 있다. 8월 청년 실업률은 새 기준을 적용한 뒤 최고치였다. 중국 정부는 청년 실업률을 낮추기 위한 방편을 여럿 내놓았다. 기업에 청년 고용 시 사회보험료를 보조하고, 일시적인 지원금을 주거나 세금 감면 등의 혜택을 줬다. 16~24살 미취업자나 졸업 후 2년 내 미취업자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실업률을 낮추기에는 효과가 크지 않은 모양새다.






중국 청년 실업률 추이


문제는 중국 대학 졸업자 규모가 당분간 계속 증가 추세를 보일 거라는 점이다. 중국에선 올해 사상 최대인 1200만명의 대학 졸업자가 고용 시장에 쏟아졌다. 중고등학교 진학 규모 등으로 추산할 때 2030년대까지 중국 대학 졸업자 수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용 사정이 악화하면서 중국 정부 정책에 반발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국은 10월부터 첨단 과학기술 분야 해외 인재 유치를 위해 ‘케이(K)비자 제도’를 도입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반이민 정책을 일삼자 이를 기회로 여기며 내놓은 정책이지만, 중국 내 청년들의 반발에 직면했다. 웨이보의 한 이용자는 학사 학위 소지자를 대상으로도 발급하는 케이비자 제도를 겨냥해 석사 학위 실업자들이 넘쳐나는 현실을 꼬집었다.
실업과 그에 따른 불안 속에서 일하고 싶지만 일할 수 없는 청년들은 ‘일하는 척’을 한다. 싱가포르 매체 시엔에이(CNA)는 최근 중국 청년들 사이에 번지고 있는 ‘일하는 척’(假装上班) 현상을 소개했다. 중국에선 일하는 척을 할 수 있는 ‘가짜 사무실’(假办公室)이 대도시들에 등장했다. 항저우의 한 가짜 사무실에 가면 하루 30위안(약 6천원)만 내면 책상을 빌려 출근 도장을 찍고 사원증까지 달 수 있다. 내부에는 회의실과 프린터, 인터넷도 갖춰져 있다. 운영자는 “흉내는 곧 노력이다. 정말 눕고 싶다면 집 침대가 더 낫다”고 말했다. 그는 직접 신청자를 심사해 구체적인 계획이 있는 사람만 받아들이고 목적이 불분명한 이는 거절한다. 공간 내부에서는 잠자기, 게임, 소음이 금지되고 오직 ‘일하는 분위기’만 유지한다.
이곳을 찾는 청년들은 단순히 구직 준비만 하는 것이 아니다. 창업 아이디어를 구상하거나 시험공부를 하고, 고객 상담을 이어가는 이들도 있다. 19살 청년 위안은 매일 아침 9시에 출근해 반려동물 온라인 판매 사업을 준비한다. 그는 “집에서는 게으름을 피우기 쉽지만 이곳에서는 모두가 무언가를 하고 있어서 나도 자극을 받는다”고 했다. 윈난 출신의 21살 대학생 위에는 여름방학 동안 이곳에서 일하며 또래 청년들의 현실을 체감했다고 말했다. 그는 “집에서 영상 편집만 하면 가족들은 진짜 일로 보지 않는다. 이곳은 압박과 오해에서 벗어난 완충 지대가 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일하는 척’하기의 유행은 ‘심리적 생존법’이라고 분석했다. 잔양 홍콩 폴리텍대학 인류학과 조교수는 “‘탕핑’(躺平·드러눕기)이라는 표현처럼, ‘일하는 척’하기 역시 자기 조롱과 체념이 섞인 행위”라며 “사회적 기대에 대한 창의적이고 아이러니한 대응”이라고 시엔에이에 말했다. 그는 중국에서 개인의 자존감이 여전히 ‘일과 생산성’ 중심의 문화에 얽혀 있는 점을 강조하며 “‘일하는 척’하기는 의미 있는 노동이 없는 상황에서도 일상, 정체성, 사회적 소속감을 유지하려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사회가 지난 수십년간 청년들에게 ‘열심히 경쟁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가르쳤지만, 경기침체와 실업난에 맞닥뜨린 이들에게 이제 그 가르침은 통하지 않는다. 쉬징 워싱턴대 인류학과 교수는 ‘일하는 척’을 두고 “불확실성을 헤쳐나가면서 변화하는 사회·경제 현실에 적응하는 방식”이라고 분석했다.
‘가짜 사무실’이 아닌 ‘청년 요양원’을 찾는 청년들도 있다. 요양원은 노인을 위한 공간으로 여겨지지만, 청년들은 잠시 눕거나 조용히 휴식하기 위해 청년 요양소를 찾는다. 책상에 앉아 공부하거나 일을 흉내 내는 대신, 침대에 누워 잠시라도 생산성을 내려놓는 선택을 한다. 중국 매체 펑파이는 중국 20개 지역에 2천곳이 넘는 청년 요양원이 운영 중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이렇게 다른 삶의 방식을 채택하는 청년들을 용인하지 않는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7일 치열한 경쟁에서 벗어나 최소한의 삶을 추구하는 ‘탕핑’을 선택하거나 아예 모든 목표를 포기하는 ‘바이란’(摆烂·썩게 내버려두기)의 길을 택하는 움직임을 중국 정부가 단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탕핑’을 추구하며 소셜미디어에 라이프스타일을 홍보하는 이용자가 9월 말 새로운 팔로어를 추가할 수 없게 됐다고 알려졌다.
중국 국가인터넷정보판공실은 지난 9월 말부터 두달간 지나치게 비관적인 정서를 선동하거나 공포를 조장하고 ‘노력은 소용없다’는 식의 사고를 퍼트리는 콘텐츠를 제거하는 캠페인에 돌입했다. 매체는 “중국의 단속은 뚜렷한 정치적 색채를 띠고 있다”며 “경제 불확실성, 미국과의 불안정한 경쟁, 그리고 젊은 세대의 환멸이 커지는 가운데, 사회 전반에 퍼지는 무기력감에 대해 지도부가 얼마나 우려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중국 미디어 생태계와 중국공산당 미디어·정치 담론을 연구하는 중국미디어프로젝트의 데이비드 밴더스키 소장은 뉴욕타임스에 중국 당국이 온라인상 비관주의가 사회 구성원으로서 의욕을 잃게 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공산당 자체에 대한 비판으로 번질 가능성을 걱정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비관주의의 확산을 두고 “근본적인 원인은 많은 중국인의 경제·사회적 전망이 악화한 것이며, 이는 어느 나라에서든 불안과 의구심의 표출이라는 자연스러운 사회적 반응을 낳는다”며 “(중국) 지도부는 이런 정서가 전염될 것을 우려한다”고 말했다.
베이징/이정연 특파원 xingxing@hani.co.kr



지난 9월25일 중국 베이징 스차하이공원 안 호수에서 시민들이 낚시를 즐기고 있다. 베이징/이정연 특파원





중국 소셜미디어(SNS) 샤오훙수에는 ‘일하는 척’하려는 사람들이 찾는 ‘가짜 사무실’ 홍보 게시글이 올라오고 있다. 샤오훙수 갈무리